교양· 상식. 심리

출구전략(Exit Strategy)

송담(松潭) 2009. 9. 3. 11:52

 

출구전략(Exit Strategy)

 

 

글로벌 경제가 신용경색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작년 이맘때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한 이후 1년 만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은 터널의 출구 앞에서 고민 중이다. 중앙은행들은 이제 유동성 회수를 위한 ‘출구전략(Exit Strategy)’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출구전략은 군사용어였다. 목적을 완수한 군의 퇴각 작전 플랜이다. 미군이 베트남 전쟁 당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재빨리 철수하는데 적용했다고 한다.

 

이 말이 경제용어로 둔갑해 등장한 것은 올 봄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였다. G20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이 시초다.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은 세계 여러 나라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금리도 대폭인하는 등 ‘비상조치’를 썼기 때문이다. 우리도 40조원의 국고를 쏟아붓고, 기준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내렸다.

 

평시에 돈을 이렇게 풀면 난리가 난다. 물가가 폭등하고 자산 거품이 생기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된다. 경기 부양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면 되돌려 놓는 것이 정상이다.

 

빨라서도 늦어서도 안 된다. 너무 빨리 돈줄을 조이면 회생중인 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되고, 늦으면 인플레이션을 각오해야 한다.

 

정부는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출구전략을 쓸 때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해온 한국은행으로선 부담스런 일이다. 경기회복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발언은 ‘압박’이 될 수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와 사사건건 대립했던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의 컴백으로 제 2기 ‘리만브러더스(이명박 대통령+강만수 경제특보)’ 체제가 가동한 것도 껄끄럽다.

 

이들의 고환율 정책으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키코 공포’에 떨었던게 엊그제 같다.

 

김주정 / 경제부장 (2009.9.3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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