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1976년 방글라데시 치타공대 경제학과 교수 무하마드 유누스는 한 농촌에서 대나무 의자를 만들어 생계를 꾸리는 여성 노동자 42명이 굶고 있는 것을 봤다. 27달러밖에 안 되는 재료비를 융통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던 그들에게 유누스는 주머니를 털어 돈을 대줬다. "길바닥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경제학 이론이 무슨 소용인가." 강단을 뛰쳐나온 그는 빈민을 위한 은행을 차렸다. 옷 수선용 중고 재봉틀, 물건을 나를 손수레, 농사지을 송아지를 살 수 있는 창업자금을 50~150달러씩 빌려줬다.
▶ 대출 조건은 '가난'과 '일하려는 의지'였다. 놀랍게도 원금 회수율이 99%에 이르렀다. 이 은행은 2007년까지 710만명에게 61억4000만달러를 대출했다. 무담보 소액 대출로 빈민을 구제하려 한 실험은 성공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본스타인은 '그라민은행 이야기'라는 책에서 "착한 자본주의를 실현했다"고 했다. 유누스와 그라민은행은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 1844년 영국 랭커셔 지방 로치데일의 방직공장 주인은 노동자들에게 임금 대신 자기가 운영하는 식료품가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줬다. 가게 밀가루에선 석회가 섞여 나왔고 그나마 형편없이 비쌌다. 참다못한 노동자 28명이 돈을 모아 가게를 차리고 식료품을 공동 구매해 싸게 팔았다. 회원 1만명을 넘긴 가게는 방직공장까지 인수했다. '사회적 기업'의 효시였다.
▶ 미국의 빌 드레이튼은 1978년 아쇼카라는 단체를 만들고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내 후원하고 있다. 2006년까지 68개국 1820명에게 6500만달러를 지원했다. 브라질 농촌에 값싼 전기를 공급한 호사, 헝가리에 장애인 공동체 네트워크를 만든 세케레시, 에이즈와 맞선 남아공 간호사 코사, 저소득층 대학 보내기 운동을 벌인 미국인 슈람 등이 지원을 받았다. 공공성과 이윤 추구의 두 가지 목적을 다 이루며 사회를 변화시킨 사회적 기업의 성공사례들이다.
▶ 우리도 기증받은 물품으로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가게', 저소득층 간병서비스를 하는 '다솜이재단' 같은 사회적 기업 252곳이 활동하고 있다. SKT·포스코·현대차 같은 대기업들도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그제 노동부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자"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정부와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꿈을 품은 젊은이들이 더 많이 사회적 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이 많아지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아질 것이다.
김홍진 / 논설위원
(2009.8.26 조선일보)
* 그라민 은행
무하마드 유누스가 영세민들에게 소액 대출을 제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설립한 은행. 그라민 은행과 유누스는 함께 2006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1976년 유누스가 고안한 그라민(방글라데시어로 ‘시골’, ‘마을’이라는 뜻) 은행 모델은 그라민 은행의 부지점장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다섯 개의 미래의 채권자 그룹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 다카(Dhaka)에 본사를 두고 1983년에 독립 은행이 되었으며, 나라 전역에 걸쳐 2,200개 이상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그라민 은행 모델은 영세민들에게 스스로 자기 자신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영세민들을 돕는 효율적인 기관의 상징이 되었다. 그라민 은행의 대출 수혜자들의 97퍼센트 이상이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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