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한(恨)을 품으면
전국 화훼농가들이 재배한 모든 화사한 꽃들이 강남 꽃시장을 비롯한 각지 봄꽃시장으로 몰려든다. 그 꽃들은 시내에 산재한 화원으로 팔려 나간다. 어떤 꽃들은 비행기에 실려 외국으로도 팔려 나간다. 꽃은 세상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드는 주역이다.
사람들은 왜 꽃을 좋아할까. 꽃은 희롱과 사랑의 대상이기도 하고, 영혼을 향 맑게 하는 신성한 존재이기도 하다.
영웅은 여자를 좋아하는데, 만일 옆에 여자가 없으면 꽃이라도 희롱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호탕한 남자들은 여자를 옆에 앉혀 놓고 술을 마셨다. 오죽하면 장모님이라도 앞에 앉혀 놓고 술을 마셔야 술맛이 난다고 했을까.
꽃은 인간을 배부르게 하지 않는 것이지만 화려한 상품임에 틀림없다. 종교기하학자들은 식물과 인간은 정반대 모양새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식물 뿌리와 인간 머리털은 모양새와 기능이 비슷한데, 식물의 그것은 땅속으로 뻗어 들어가서 수분과 무기물을 빨아들이고, 인간의 그것은 하늘 쪽으로 뻗어서 하늘의 뜻과 기를 빨아들인다. 식물은 성기를 하늘 쪽으로 쳐들고 있지만 인간은 성기를 땅 쪽으로 감춘다. 꽃은 식물의 얼굴이 아니고 성기(性器)다. 여성의 성기는 음부와 유방을 동시에 이른다.
여성의 아름다운 몸은 신의 작품이다. 화가 르노아르는 말했다. "나는 여성의 엉덩이와 유방이 아니었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여성의 엉덩이와 유방의 신비와 성스러움을 예찬한 것이다. 그 여성의 성은 인간 역사가 있어온 이래 상품으로 쓰여왔다. 그것은 날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매매 거래되고 있다. `사창(私娼)`이 그것이다. 국가 권력이 아무리 근절하려 하지만 그것은 근절되지 않는다. 한때는 국가가 그것을 `공창`으로 조장하기도 했다.
위작(僞作)일지도 모르는 `화랑세기`라는 책 속에서는, 신라 초기에 성을 상납함으로써 신분 상승을 하고 권력을 잡곤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자기 몸을 판 돈으로 호화생활을 하는 창녀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 `춘희`와 `마농`이다.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도 그 일종이다.
`마농`은 마농 레스코라는 창녀에게 반해서 뒤를 쫓아다니다가 파멸에 이른 한 청년의 입을 통해 진술된 소설이다. 한때 그와 비슷한 창녀 소설들이 세상을 풍미했다. 일본은 2차 대전에서 패한 후 미국 권력 밑에 있을 때 많은 여성들이 창녀 노릇을 함으로써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도 6ㆍ25전쟁 이후 그와 비슷한 슬픈 내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여성 운동가들이 여성의 성 상품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여성의 성을 상품으로 쓰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 성의 상품화는 자본주의 사회에 와서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 세계 각처에서 미녀대회를 열어 미녀를 뽑아 상을 주고 그녀들을 여기저기에 활용하는 것, 자동차를 파는 광고, 화장품을 파는 광고, 속옷 파는 광고에 `섹시한` 여성의 몸을 이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한빈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미색이 출중한 여자가 그 미색을 이용해 한없는 신분 상승을 추구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얼마 전부터 한 탤런트의 한스러운 죽음이 세상을 흉흉하게 하고 있다. 유력 인사들에게 성상납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 땅에는 `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게 한다`는 말이 전해온다. 그것은 여자가 한을 품지 못하게 대접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스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작품 `희랍인 조르바` 주인공인 조르바는 한 여자가 고독해 하고 슬퍼하는 것은 그 사회와 역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성을 상품으로만 여기지 말 일이다. 여성의 성은 신비와 성스러움이 내포되어 있는 인간의 원초적인 외포(畏怖)스러운 고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승원 / 소설가
(2009.4.3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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