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순리대로 소띠 해를 살아가자

송담(松潭) 2009. 1. 30. 13:07
 

 

순리대로 소띠 해를 살아가자




 己丑년 올해는 소의 해다. 소띠는 입이 무겁고 마음이 굳세서 한번 결심하면 행동은 빠르지 않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있다고 한다. 소는 한곳에 있기를 좋아하며 시간은 새벽 1∼3시 사이를 축시라 하며 계절은 겨울, 방향은 북쪽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소를 생구(生口)라 불렀으며, 생구란 한솥밥을 먹고사는 하인이나 종을 일컬어 말하며 한 식구라는 의미로서 동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와 불교도 무관하지 않다. 부처님의 성씨는 고타마라 하며 고타마의 뜻은 ‘가장 좋은 소’ ‘거룩한 소’란 뜻이다. 부처님은 자주 소를 불교의 깊은 뜻에 비유해서 설법하셨다. 초기 경전이 증일 아함경 목우품, 방우품에서 수행자의 선법 수습 방법을 소치는 일에 비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부분 사찰 대웅전 벽화에도 동자가 소를 찾아가는 그림인 열 가지 심우도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소로 형상화하여 선승들이 마음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을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다.


 또한, 선승들은 소가 인간들에게 묵묵히 봉사하며 과묵한 성품에서 자신들의 근본을 바라본 것이다. 옛날 중국 북주에 사는 대안선사란 이가 백장화상을 찾아가 묻기를 “학인이 부처를 알고 싶은데 어떠한 것이 부처입니까?” 하고 물었다. 백장선사가 말하기를 “마치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것과 같으니라”고 하였다. 대안이 또 묻기를 “부처를 안 뒤에는 어떻게 합니까?”하니 “사람이 소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것과 같이 하라”고 말했다. 다시 대안이 "어떻게 보임하오니까?”고 물으니 “소먹이는 사람이 채찍을 들고 소를 지켜보되 남의 밭곡식을 범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대안선사는 크게 깨닫고 다시 묻지 아니하였다. 절 집안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소에 비유하며 수행은 야생으로 자란 소를 길들여 가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그래서 절의 가풍을 목우가 풍, 소를 길들여내는 집안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도 선교하는 교역자를 목사라고 한다. 양치는 목자는 양을 기르듯 하라는 뜻에서 나온 이름일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쥐의 해 미국발 한파를 교훈 삼아 올해는 듬직한 소처럼 묵묵히 모두가 합심하여 잘잘못을 떠나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여야 한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서민 생활들은 IMF때보다도 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을 실감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음지의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관계는 나눔으로부터 시작이다.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공동체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주었다고 자랑스러워할 것도 도움받았다고 해서 부담스러워할 것도 없다. 높은 산이 있어 깊은 골짜기가 있는 것처럼 나눔은 자연스러움이요 순리이다. 우리 모두가 자연스러운 순리대로 살아가자.


현지스님 / 무등산 원효사 주지

(2009.1.30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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