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서바이벌 소사이어티(Survival Society)

송담(松潭) 2008. 11. 18. 14:39

 

서바이벌 소사이어티(Survival Society) 시대


- 지금은 새 도전보다 살아남은 것이 중요 -



"이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한 미래 전략인 시대가 왔습니다. 특히 한국은 서바이벌 소사이어티(Survival Society)에서 키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매일경제는 13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한 '글로벌 방송통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내한한 짐 데이터 하와이대 정치학과 교수(74ㆍ미래전략센터소장)를 지난 1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인터뷰했다.


짐 데이터 교수는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 그리고 이야기(스토리텔링)가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드림소사이어티'를 주창해 화제가 된 바 있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다.


데이터 교수는 최근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와 관련해 "미국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소비를 조장해 소비자의 빚을 통해 소비가 창출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위기가 벌어졌다"고 진단하고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전 세계는 당분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결국 서바이벌 소사이어티가 지배할 것이다"고 예언했다.


데이터 교수는 서바이벌 소사이어티를 설명하기 전에 '미래는 쓰나미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라는 물결이 얼마나 강력한지 설명하기 위해 쓰나미라는 은유적 표현을 쓰고 싶어했다. 쓰나미는 인류의 문명을 휩쓸어버릴 만한 가공할 힘이 있지만 그 힘을 인류의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들어 있다. 데이터 교수는 인터뷰 중간 중간에 "서바이벌 소사이어티라는 재밌을 수도 위험할 수도 있는 변화의 쓰나미를 예측하고 즐겨라"고 조언했다.


그는 서바이벌 소사이어티에서는 컨슈머(Consumer, 소비자)보다 컨서버(Conserver, 지킴이)가 핵심 구성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컨슈머는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반면, 컨서버는 환경을 보호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주로 이용하며 대자연(Mother Nature)의 가치를 인정하는 그룹을 뜻한다.


컨서버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교수가 지난해 언급한 '불길한 삼총사(Unholy Trinity)'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기 전에 "세계 금융시스템을 바로잡지 않으면 재앙이 올 것"이라고 사전에 경고하기도 했다.


그가 주장하는 불길한 삼총사란 △금융시스템 붕괴 △석유시대 종말 △환경 재앙을 말한다. 그는 특히 "버블엔 항상 새로운 금융기법이 따라다녔다"며 퀀트펀드(quant funds, 수학 모델을 이용해 시장의 움직임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이에 근거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펀드)가 이번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석유값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과 관계없이 석유가 고갈된다는 것과 '석유로 경제 성장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fact)은 변함이 없으며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식수와 토양 오염,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 환경 재앙이 올 것이라는 것도 예측이 아닌 '변함없는 사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쓰나미와 같은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는 '컨슈머'를 쫓기보다는 '컨서버'를 세상의 주류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서버는 소비를 줄이고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그룹이 아니라 대체에너지(풍력, 태양열, 조력 등)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오염된 물과 공기를 정화하는 노력을 하며 토양(자연)을 회복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이것은 한국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데이터 교수는 서바이벌 소사이어티에서는 경제성장률, 주가지수, 환율 등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지표가 아닌 경제 밑바닥에 있는 자살률이나 인구성장률에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성장률의 저하는 결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것이고 자살률의 증가는 사회가 예측 가능한 사회로 가는 데 결정적 방해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산업사회, 정보화사회 등 기존 사회 시스템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내포하는 경제 성장의 가치가 중요하겠지만 서바이벌 소사이어티에서는 지금 눈에 보이진 않지만 향후 큰 리스크로 다가오는 지표 등을 보다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바이벌 소사이어티를 유지하는 핵심 기술은 커뮤니케이션(통신 또는 대화)보다는 트랜스포테이션(전송 또는 교통)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랜스포테이션(Transportation) 기술이 커뮤니케이션 기술보다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IT기술과 교통을 접목하면 보다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가 서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기술도 개발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데이터 교수는 "앞으로는 회사에서 회의를 하기 위해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고 오가는 것이 아니라 영상대화가 활성화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효율은 높아지는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그동안 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이 더 많이 배우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즉, 데이터 교수는 현재 서바이벌 소사이어티에서 각 기업은 그린(지구 온난화 대비, 이산화탄소 감축 실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눈에 보이는 주가지수보다는 잠재 위협(필요 노동력 감소)을 최소화해야 하며 효율적인 트랜스포테이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짐 데이터 교수는

 

 

짐 데이터 교수는 1967년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협회'를 만들어 '미래학(futurology)'이란 학문 분야를 처음으로 개척한 선구자다. 토플러가 미래학을 기업에 접목해 기업 컨설팅에 집중한 것과 달리 그는 학교(하와이대)에 남아 연구를 계속했다. 최근에는 드림 소사이어티를 주창해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하와이대학 정치학과(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교수이자 미래전략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미국 30여 개 주(州)정부의 미래전략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손재권 기자 / 2008.11.18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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