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송담(松潭) 2008. 10. 27. 11:28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란?


- 정보를 가진 쪽의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 -



최근 정부가 은행의 외화 차입금에 대해 지급 보증을 하고,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주겠다는 발표를 하자 언론에서는 은행과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는 ‘도덕적’이라는 표현 때문에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이라는 뜻으로 이해되기도 하는데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도덕적 해이는 그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도덕적 해이 문제를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보험 시장입니다. 화재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불이 나더라도 보험금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기 전보다 화재 예방 노력을 게을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보험회사로서는 화재 예방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가입자에게 비싼 보험료를 물리거나 아예 보험 자체를 거부하는 방법을 통해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 개인의 행동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험 회사와 보험 가입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정보를 가진 쪽(보험 가입자)이 정보를 갖지 못한 쪽(보험 회사)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도덕적 해이라고 부릅니다. 의사가 의료 보험금을 많이 타내기 위해 과잉진료를 하는 것이나 주주로부터 기업의 경영을 위탁받은 전문 경영인이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데 열을 올리는 행위 등이 도덕적 해이에 해당합니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면 ‘역선택’이나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예금자들이 예금자보호제도를 믿고 고금리로 유혹하는 부실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은행이 정부의 보증을 믿고 대출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일이 생깁니다. 또 개인의 노력을 일일이 측정하기 어려운 공동작업의 경우 적당히 놀면서 다른 동료의 노력에 묻어가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도덕적 해이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시키고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 등 경제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제약하에서 도덕적 해이를 막을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김수헌 기자 / 2008.10.27 한겨레

 

 

< 참고 : 주인과 대리인 >

 

경제학적으로 '도덕적 해이'란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인(principal)이 대리인(agent)의 행동을 완전히 관찰할 수 없을 때 대리인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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