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왜 질투를 멈추지 못하는 걸까?

송담(松潭) 2008. 12. 26. 05:15

 

왜 질투를 멈추지 못하는 걸까?



 셰익스피어는「오셀로」에서 질투를 ‘사람의 고기를 먹는녹색 눈의 괴물’로 묘사하면서 ‘깊이 사랑하지만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의심하면서도 열렬히 사랑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오셀로는 결국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만다. 그것은 자신의 남성적 열등감을 자극시킨 아내에 대한 분노와 함께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에게도 주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독점욕의 발로다. 그래서 질투에 눈이 먼 증상을 ‘오셀로 증후군’이란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진화론자들은 질투를 진화의 산물로 본다. 남자는 마음속에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져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한편 여자는 혹시나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재화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질투를 낳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오랜 기간 정서적 친밀감을 나눈 것보다 단 한 번이라도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더 심한 질투를 느낀다. 그만큼 섹스를 통해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닌지 불안한 것이다. 반면 여자들은 남편의 단순한 일회성 외도는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오랫동안 다른 여자와 친밀한 교감을 나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질투에 눈이 멀게 된다. 만남이 오래 지속되면 그만큼 재화를 빼앗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큰 두려움이다. 그것이 나의 평화로운 사랑을 깨고, 그동안 꿈꿔온 인생의 방향을 순식간에 틀어 버릴 수 있는, 그래서 나의 생존방식을 위협하는 위험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끊임없이 상대를 탐색한다. 상대에게서 다른 사랑의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따라서 상대의 조그마한 변화도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런데 질투가 너무 심해 상대가 다른 이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하고, 상대를 감시하며, 혹시라도 바람피운 징후가 포착되면 폭력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병적인 질투는 사실 자신이 외도하고픈 욕망을 상대에게 투사시켜 상대가 바람피우지 않는데도 바람피우고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다른 남자에게 강한 성적 욕망을 느낀 아내가 그 감정을 남편에게 투사시켜 남편이 바람피운다고 믿는 의부증이 이에 속한다.


  한편 병적 질투는 열등감이 심한 사람들이 상대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 데서 생기기도 한다. 오셀로가 왜 간교한 이아고의 말에 그렇게 쉽게 넘어갔을까? 왜 오셀로는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믿지 못하면서 이아고는 믿은 걸까? 오셀로는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데스데모스가 흑인인 자신을 사랑하는지 늘 불안했다. 그런 오셀로의 열등감은 이아고의 술책으로 폭발하게 된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자부심을 짓밟힌 오셀로에게 남은 것은 질투와 복수의 감정뿐이었다.


  만일 상대에게 ‘나만 봐“라고 요구하고 있다면, 언제 그의 마음이 변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끓어오르는 질투를 참을 수가 없다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혹시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항상 상대가 자신에게 실망해서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은 아닌지......

 

김혜남 /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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