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질투는 나의 힘

송담(松潭) 2009. 1. 20. 13:50
 

 

유전자 말하기를,

질투는 나의 힘



  사랑이 있으면, 그 옆에 항상 따라 다니는 이름, 질투. 그러다 보니 ‘사랑의 작대기’가 실타래처럼 얽힌 드라마에서 질투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다. 뚜렷한 이유도 댈 수 없고,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생리 반응을 설명할 수도 없고, 제어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복잡다단한 감정을 설명하려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른바 진화생물학자라 불리는 그들이 생각해 낸 해답은 ‘질투는 지금까지 우리를 생존하게 만든 유전자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유전자를 나르는 생존 기계다. 세대를 거듭하여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배를 탄 유전자들이다. 유전자는 더 많은 종족을 복제해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인간에게 질투라는 감정을 부여했다. 유전자는 부인을 셋 둔 족장의 뇌에 부인을 넷 가진 족장을 보면 질투를 느끼도록 프로그램 해 두었다. 10억을 가진 남자의 뇌는 15억을 가진 남자를 보면 질투를 느끼도록 호르몬을 과다 분비한다. 이로써 유전자는 더 풍요로운 환경에서 더 많은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도록 인간 사회를 ‘질투의 약육강식 격전장’으로 만들었다.


 ‘변연계’라 불리는 뇌 영역에서는 몇 가지 화학물질만으로 양질의 기쁨, 즐거움, 분노, 노여움, 애틋함, 질투 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신경 세포망’이라는 연금술사들이 하루 종일 작업에 몰두한다. 내 남자가 다른 여자와 서로 웃고 있는 장면을 보면, 이 시각 정보는 시각 피질을 지나 변연계로 들어온다. 변연계는 몇 가지 감정을 실어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신체기관에 정보를 보낸다. 그러면 우리 몸은 그 지시에 따라 맥박 수를 늘리고, 호흡을 가쁘게 만들며, 손에 식은땀이 나오도록 한다. 질투가 심한 분은 자신의 왕성한 변연계를 탓하시라.


 진화생물학자들이 옳다면, 그 모든 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 유전자 탓이다. 우리가 어찌 질투를 이기랴. 유전자의 모토가 ‘질투는 나의 힘’인 것을. 그렇다면 이기지 못할 바에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싶다. 법정드라마를 가장한 멜로드라마 <앨리 맥빌>의 대사 한 마디를 인용하자면, “질투는 정열의 심지에 불을 붙인 것이다.” 내 삶의 열정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유전자에게 경배를!


정재승 /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좋은생각’ 2009.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