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역발상 연애편지

송담(松潭) 2008. 11. 22. 20:39

 

역발상 연애편지



 두 사람이 서로를 끔찍이 사랑했지만, 여자의 아버지가 남자를 탐탁지 않게 여겨 한사코 반대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큰 시련을 겪게 되었다.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자기 심경을 전할 수도 없어 고민하다가 청년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써 보냈다.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의 정열은

이미 식어버렸고, 대신 혐오감만

날이 갈수록 깊어집니다. 당신을 다시 만난다면

난 당신을 대면하기조차 역겨워질 것이고

이제 정말

당신과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따위의 허튼 소리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결혼하게 된다면 분명

힘든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내 모든 정열을 다 바쳐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꿈꾸지 마십시오

맹세코 자신합니다.

세상에 당신보다 더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도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오. 그리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까

나한테

우리의 관계가 이미 끝장났다는

답장을 해주시오. 그 답장이

비록 시시껄렁한 내용으로 가득한 것일지라도

나한테는 가장 큰 관심사니까. 안녕히. 믿어주시오.

나는 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착각하지 마시오,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언제까지나 변함없을 거라고!



 물론 그 편지는 여자의 아버지가 먼저 읽게 되었다. 편지를 읽고 난 그는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딸에게 그 편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편지를 받아본 그녀도 매우 즐거워하고 행복해했다. 청년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은 편지를 읽을 때 1행, 3행, 5행.......식으로 띄어 읽자고 미리 약속해 두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있는 것은 평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인식을 역이용해 자기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것은 당연히 알아둬야 한다. 하지만 너무 상식적인 것에만 기대다 보면 창의력이 결핍되고 사유를 속박당하게 된다. 어떤 난관을 극복하려면 머리를 쓸 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역발상의 기지를 발휘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판원치옹 지음, 김견 옮김 / ‘지낭의 즐거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