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도덕 법칙
칸트가 말한 도덕의 법칙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알아 두어야 할 말이 있다. 그것은 인과율이다. 인과율이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깨진다거나,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미끄러진다와 같이 “A라면 B일 것이다.”라는 법칙을 뜻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인과율은 항상 우리 생활의 근본이 된다. 예를 들면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온 후에 당신의 행동을 보더라도 그렇다. 신발을 벗으면 집에 들어가는 것이고 잠옷으로 갈아입으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즉, 모든 행동이 인과율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배가 고파져서 고기를 먹는다.”라는 인과율을 따르고 있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인과율에 따르는 행동은 동물과 같은 수준이라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자유가 없다. 즉 “이거 하고 싶어”, “저거 갖고 싶어”등과 같이, 우리가 자유라고 생각하고 취하는 모든 행동은 모두 인과율에 의하여 지배된, 동물적이고 자유가 없는 행동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칸트는 인과율에 얽매인 이 세상에서도 인간의 자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것에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면 여느 때처럼 텔레비전 홈쇼핑을 보고 있다고 치자. 거기에서는 “세제를 쓰지 않고도 닦을 수 있는 스펀지를 지금 이 시간만 단돈 2만 원에 팝니다.”라든지, “피부를 매끄럽게 가꿔 주는 획기적인 화장품을 지금 이 시간만 특별 가격으로 제공합니다.”와 같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물건들이 계속 등장한다. 그러면 “아, 다 사고 싶은데......”하면서 유혹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1) 전부 다 사버린다. (2) 하나만 사고 나머지는 참는다.
건전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나만 사고 나머지는 참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전부 갖고 싶지만 하나만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과율에 지배를 받지 않는 행동, 즉 자유이다. 여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부 다 사 버리는 것은 자유롭지 않는 행동인 것이고, 하나만 사고 참는 것은 욕망을 억제한 자유로운 행동, 즉 도덕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마음의 도덕적인 명령(정언명령)을 따라 욕망을 통제할 수 있다고 칸트는 생각했다. 도덕적인 명령에 따른 행동을 할 때야말로 인간은 인과율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실천이성비판’의 중요한 테마인 도덕의 법칙이다.
윤은숙 /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보는 철학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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