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10대 종교 ‘주체사상’

송담(松潭) 2007. 5. 10. 10:38
 

 

10대 종교 ‘주체사상’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북한 응원단이 예천에서 응원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갈 때 일이다. 이들을 환영하는 길가 현수막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악수하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전날부터 내린 비로 현수막이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한 북한 응원단은 버스에서 뛰어내려 현수막을 떼어냈다. 이들은 “장군님 사진에 어떻게 비를 맞히느냐”고 거세게 항의하며 눈물을 흘렸다.


▶ 북한에는 ‘당(黨)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이 있다. 생활지침이라 할 이 원칙의 3조 6항은 “경애하는 수령의 초상화·동상·출판물을 정중히 모시고 철저히 보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응원단의 돌발행동은 이 계율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자기 집단 밖의 사람에게까지 계율 준수를 요구한다는 점도 유별나다.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러 간 KEDO(한반도에너지기구) 관계자가 김일성 부자 사진이 있는 노동신문을 깔고 앉았다가 혼이 난 일도 있다.


▶ 미국 종교전문 사이트 애드히런츠닷컴(www.adherents. com)이 7일 발표한 ‘신도 수로 본 세계 주요종교’에서 북한 주체사상(Juche)이 신도 1900만으로 10위에 올랐다. 기독교·이슬람·힌두교·불교 세계 4대 종교와 원시토착종교 애니미즘 같은 비(非)제도 종교를 제외하면 시크교(2300만)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유대교(1400만) 바하이교(700만) 자이나교(420만) 신도(神道·400만) 조로아스터교(260만) 같은 유명 종교들보다 신도가 많다.


▶애드히런츠닷컴은 “주체사상이 추종자들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다른 종교들을 배척한다는 점에서 사회학적으로 틀림없는 종교”라고 단정했다. 사실 주체사상은 교조(敎祖·김일성)와 후계자(김정일), 성지(聖地·만경대 등), 조직(노동당과 군), 교리(敎理)와 계율까지 종교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 주체사상을 종교로 보는 관점은 학계에도 상당히 퍼져 있다.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은 “주체사상은 유일신적 종교와 맥을 같이하며 북한은 엄격한 신정(神政)체제”라고 한다. 재미 종교학자 신은희 교수는 “주체사상은 1990년대 이후 북한 주민을 버티게 한 영적(靈的) 힘”이라고 본다. 주체사상이 세계 10대 종교의 하나로 간주되는 것을 보며, 북한 동포를 정신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선민 / 논설위원(2007.5.1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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