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책 13

구본형ㆍ홍승완 /마음편지(을류문화사 출판)중에서

삶에는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져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융의 자서전을 수시로 꺼내 읽고 그가 정립한 분석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공부했다기보다는 그냥 거기에 빠졌습니다. 융의 자서전을 읽은 후 방문을 걸어 잠그다시피 하고 한 달 내내 그의 다른 저작과 분석 심리학에 관한 책을 열 권 넘게 연거푸 읽었습니다. 자는 시간 빼고는 책만 읽었던 것 같습니다. 1년 넘게 나의 독서 목록은 융과 분석 심리학 서적으로 채워졌으며, 이후에도 오랫동안 융의 심리유형론에 기반을 둔 MBTI를 공부하고 전문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융의 사상은 난해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공부할수록 매혹되었고, 그와의 인연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돌아보면 융의 자서전은 내게 하나의 계시였습니다. 자연의 겨울이 ..

최근 읽은 책 2023.02.16

정지아 / ‘숲의 대화’(은행나무 출판)중에서

정지아 / ‘숲의 대화’(은행나무 출판)중에서브라보, 럭키 라이프(...생략...)"아가! 나가 분명히 봤다. 니는 할 수 있어야 겡우야! 쪼깐 힘내서 다시 해보자."경우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서서히 팔이 올라간다. 반 뼘이나 올라갔을까, 아들의 팔은 턱,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침대로 떨어진다. 아들의 팔은 분명 저 스스로 움직였다. 사고를 당한 날로부터 무려 23년 만이다. 아들은 또 기적을 만들어냈다."아이고, 아가!"그의 고함을 듣고 달려온 아내도 그 기적의 순간을 목격한 모양이다. 아내가 아들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아들의 양 눈가로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도 돌아서 눈물을 훔친다. 23년 만에 아들은 제 팔을 들어 올렸다. 의사는 근육운동을 관장하는 뇌가 ..

최근 읽은 책 2022.12.10

김주혜(박소현 옮김) /‘작은 땅의 야수들’중에서

김주혜(박소현 옮김) /‘작은 땅의 야수들’중에서    남자의 눈이 번쩍 떠졌다. 정말로 어떤 소리가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벼랑 가장자리에서 낮게 그렁대는 숨소리였다. 짐승이 호흡할 때마다 싸늘하게 얼어붙은 수증기가 향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는 활시위를 팽팽히 당겼다. 그러나 사냥감을 포획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산 아래까지 무사히 내려가진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저 표범의 먹이가 되어 죽고 싶지는 않을 뿐이었다. 표범이 절벽 끝에 튀어나온 바위로 훌쩍 올라왔다. 짙은 안개 속에서 윤곽으로만 어른거리는 그 짐승의 존재를 그는 눈으로 보기보다 온몸의 감각으로 느꼈다. 마침내 짐승이 몇 자도 되지 않는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남자는 숨이 턱 막혀 활을 아래로 내렸다. 그것은 표..

최근 읽은 책 2022.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