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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藝) 안에서 놀다

예(藝) 안에서 놀다 '유어예(遊於藝)'라는 말을 좋아한다. 놀기는 놀더라도 '예' 안에서 놀면 후유증이 적다. 그 예가 종합적으로 녹아있는 공간이 원림이라고 생각한다. 원림은 한자문화권의 상류층과 식자층이 가장 갖고 싶어했던 공간이다. 나는 원림을 좋아해서 시간만나면 중국의 졸정원(拙政園)을 비롯한 전통 정원들을 보러 다녔다. 특히 양주의 원림 중에서도 개원이 취향에 맞았다. 일본 교토의 정원만 해도 볼만한 곳이 금각사 정원을 비롯하여 20여 군데가 넘는다. 문제는 이러한정원(원림)들을 조성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가산가수(假山假水,인공으로 조성한 자연)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원림은 돈이 적게 들면서도 그 효과는 크게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연에 있는 진산진수(眞山眞..

김수미/ ‘살아남기’중에서

김수미/ ‘살아남기’중에서 김수미 1975년 3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제18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시골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살아남기 13 부자되세요 BC카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줍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는 친구의 말에 그랜져로 대답했습니다 TV가 뭐라하든 광고가 뭐라하든 내 지갑 안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본이 주인인 시대에 자본주의의 한 가운데 금융업무를 하면서 몇억짜리 수표는 나에겐 종이 내 지갑 안에 만 원짜리가 실제 허구와 실제를 구별해야 한다 가끔 이렇게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면 불야성을 이루는 자본의 함성에 기죽지 말고 눈요기로만 즐겨야 한다 그렇지 못하거든 밤하늘에 별이나 실컷 바라보아야 한다 아직도 꿈꾸는 자본이 아닌 꿈을 향해..

공감 Best 20 2024.02.19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

공감 Best 20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