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거짓말은

송담(松潭) 2007. 4. 3. 16:48
 

 

거짓말은 정말 나쁜 것일까?

 

 학창 시절, 교실에 들어오신 5반 담임선생님이 화들짝 놀란다. 우린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여긴 6반 인데요!” 몇몇 아이들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개졌다. 밖에 나갔다가 오신 선생님이 한바탕 웃는다. “요 녀석들, 누가 푯말 바꿔 달았어!”

 

 웬만한 거짓말은 애교로 봐주던 만우절이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거짓말이 넘쳐난다. “난 절대 거짓말 안해”라는 말 자체가 벌써 거짓말이니까. 마음에 안드는 옷가게에서 “더 둘러보고 올게요.”라고 말하거나 상사에게 “오늘 정말 멋있데요.”라고 맘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는 것도 일종의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상대를 속였다는 죄책감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은연중 ‘거짓말은 나쁜 것이다.’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거짓말쟁이일수록 거짓말을 나쁘게 생각한다. 심리학자 슈테른은 “거짓말이란 속임으로써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식적인 허위 발언이다.”라고 정의했다. 속임, 허위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중요한 건 상대방에게 해가 되느냐, 득이 되느냐 이지 거짓말 자체는 아니다. <레미제라블>의 밀리에르 주교가 경찰에게 장발장이 물건을 훔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줬다고 말한 것은 분명 용서라는 이름의 선의의 거짓말이며, 알면서도 속아주는 남녀 사이의 거짓말은 기분 좋은 사랑의 거짓말이다.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도 거짓말은 꼭 필요하다. 아이가 부모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제대로 했을 때 아이는 의존대상이었던 부모로부터 자립할 수 있고,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아이의 지적 능력은 발달한다. 10개월 된 아이가 주위 사람들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들리지 않는 척’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배우는 과정 중의 하나다.

 

 사람은 본심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을 모조리 알게 된다면 연애는 물론이요, 모든 인간관게는 엉망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때와 장소에 맞게 거짓말을 구분하여 사용하면서 복잡한 사회에 융화해 가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의 거짓말을 알아채고도 눈감아 줄때 그것은 상대가 놓인 입장을 배려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밀리에르 주교가 될 수도,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는 거짓말. 중요한 것은 상대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상대가 당신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출전 : 거짓말의 심리학                         

(좋은생각 2007. 4월호, 장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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