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사랑에 대하여

송담(松潭) 2006. 5. 19. 14:53
 

사랑에 대하여



 사랑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체험이다. 그러나 참으로 이상한 것은 이렇게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인 사랑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이 인간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간의 역사 수천년 동안 수없이 체험되어 왔고 수없이 묘사되어 왔지만, 사랑을 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너무도 미미했다. 오늘날 인간이 우주선을 타고 외계를 넘나들만큼 과학문명이 눈부시게 발달한 20세기에도, 사랑에 대해서는 수천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원시적인 사랑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가르치지도 않고 또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고 또 그래야 하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많은 경우, 성장과정 속에서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사랑에 대한 극히 왜곡되고 파편적인 이해를 하게 되어 사랑에 대한 환상과 편견을 키워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사랑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이성관계에 노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랑에 대한 무지는 사랑에 대한 환상과 신비감을 증가시킬지는 모르나 사람들을 미숙하고 파괴적인 사랑으로 이끌어 불행과 고통 속에 빠지게 한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사랑에 대한 편견, 오해, 착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인 상처를 입고 불필요한 고통속에서 괴로워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진정으로 아름답고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는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

 사랑은 매우 다양하고 미묘한 체험이라서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랑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와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론이 Sternberg에 의해 주장된 [사랑의 삼각형이론(triangular theory of love)]이다. Sternberg는 적어도 한 번 이상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는 여러 연령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설문지와 면접을 통해 사랑을 연구하였다.


사랑의 세 가지 구성요소

 Sternberg는 사람이 친밀감, 열정, 투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친밀감(intimacy)은 가깝고 편하게 느낌, 서로를 잘 이해함, 함께 공유함, 원활한 의사소통, 긍정적인지지 등을 의미한다. 친밀감은 사랑의 ‘따뜻한’ 측면으로서 사랑이 따뜻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친밀감 때문이다. 친밀감은 사랑의 정서적 측면을 반영하는 특성이다. 이러한 친밀감은 만남의 횟수와 교제기간에 비례하여 서서히 증가된다. 그러나 친밀감은 어느 정도 이상의 높은 친밀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으며 서로 친밀하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게 되는 상태로 발전한다.


 둘째, 사랑의 동기적 측면을 이루는 것이 열정(passion)이다. 사랑이 ‘뜨거운’측면이다. 열정은 연인들을 생리적으로 흥분시켜 들뜨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일체가 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열정은 친밀감과 달리 급속히 발전한다. 때로는 상대방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강렬한 열정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열정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연인과의 교제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열정의 강도는 감소하거나 다른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투신(commitment)은 상대방을 사랑하겠다는 결정과 행동적 표현을 의미한다. 투신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지키겠다는 선택이자 결정이며 책임의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투신은 사랑의 ‘차가운’측면을 반영하는 동시에 사랑의 인지적 측면을 나타낸다. 아울러 투신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위해 자신을 구속시키는 행위를 포함한다. 사랑의 가장 대표적인 투신행위는 약혼과 결혼이며 그밖에 사랑의 약속과 맹세, 사랑의 징표나 선물의 교환, 주변 사람들에게 연인을 소개하는 일, 연인과 함께 고통스런 일을 돕고 견디는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랑의 8가지 유형


 사랑의 삼각형 이론은 사랑의 유형을 분류하는데도 흥미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세 요소 각각의 존재여부에 따라서 8가지의 조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조합에 의해 사랑의 유형을 8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① 비사랑(Nonlove) : 세 요소의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 관계는 사랑이라고 할 수 없으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 지나치게 되는 많은 사람들과의 무의미한 대인관계가 이에 속한다.


 ② 좋아함 또는 우정(Liking) : 친밀감만 있는 경우로서 친구관계에서 느끼는 우정과 같은 것이다. 뜨거운 열정과 상대에 대한 투신적 행동은 없지만 가까움과 따뜻함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③ 짝사랑(Information) : 열정만 있는 상태이다. 우연히 어떤 사람을 보고 첫눈에 반해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결코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서로 말 한번 걸지 않았기 때문에 친밀감이나 투신행위가 이루어질 기회가 없다. 그러나 짝사랑의 대상을 생각하거나 멀리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설레이며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등 신체적 흥분상태를 수반한 열정을 경험하게 된다.


공허한 사랑(Empty Love) : 열정이나 친밀감이 없이 투신행위만 있는 경우이다. 사랑 없이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가 이러한 공허한 사랑의 유형에 속한다. 열정과 친밀감 없이 돈과 사회적 명예를 가진 늙은 남자에게 결혼하는 젊은 여자도 이런 사랑의 한 예이다. 또는 사랑으로 결혼했지만 오랜 결혼생활 속에서 열정은 다 식고 잦은 다툼으로 친밀감이나 정은 다 떨어졌지만 자녀를 위해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이 이러한 예에 해당된다.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 : 열정과 친밀감은 가지고 있지만 투신행위가 없는 사랑의 경우이다. 서로 친밀하고 열정을 느끼지만 결혼과 같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나 확신 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경우이다. 휴가나 여행에서 만나 며칠 동안 나눈 뜨거운 사랑이 그 예이다.


허구적 사랑(Fatuous Love) : 열정을 느껴 투신행위를 하지만 친밀감이 형성되지 못한 사랑의 경우이다. 흔히 헐리우드식 사랑이라고 한다. 만난지 며칠 만에 열정을 느껴 약혼하고 보름만에 결혼하는 식의 사랑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열정을 가지고 있고 결혼이라는 투신행동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친밀감이 형성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할 시간이 부족하다. 흔히 이런 사랑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한다.


동료적 사랑(Companionate Love) : 친밀감과 투신행위는 있으나 열정이 없거나 식어버린 사랑이다. 오랜 결혼생활을 한 부부간의 관계에는 이런 사랑이 흔하다.


완전한 사랑(Consummate Love) : 세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경우의 완벽하고 이상적인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을 얻는 것은 마치 살을 빼는 노력과 같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다. 그러나 더욱 어려운 점은, 살을 뺀후에 그 뺀 체중을 유지하기 어렵듯이, 이러한 사랑을 성취한 후 이를 지속시키는 일이다.


사랑의 형태는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완전한 사랑으로 결혼한 부부의 경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열정은 식고

친밀감과 투신만 남아 동료적 사랑으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완전한 사랑으로 결혼했으나 부부간의 갈등으로 열정과 친밀감마저 상실한 채 자식들을 위해 살아가는 부부는 공허한 사랑으로 변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완전한 사랑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이것 또한 인생사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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