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낭만적 사랑

송담(松潭) 2006. 5. 19. 14:52
 

낭만적 사랑에 대하여


처 음 에


 ‘사랑’하면 많은 사람들은 낭만적 사랑을 떠올린다. 두 젊은 남녀가 서로에게 반하여 뜨거운 애정을 교환하는 그런 낭만적 사랑을 생각한다. 흔히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나 이도령과 춘향이의 사랑처럼 죽음을 불사하는 강렬한 사랑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낭만적 사랑을 동경한다. 또 많은 사람들은 이성교제에서 이와 유사한 낭만적 사랑에 빠진다.



낭만적 사랑의 특징


 이성간의 낭만적 사랑은 매우 독특한 인간관계의 체험이다. 낭만적 사랑은 다른 인간관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몇 가지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낭만적 사랑의 첫째 특성은 두 남녀 사이의 독점적이고 배타적 관계라는 점이다. 이러한 배타적 2인관계에서는 제3자가 그들의 애정관계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러한 애정관계에 제3자가 침입하면 강렬한 질투감정과 분노감정을 느끼게 되며 그를 배제하려는 강렬한 노력을 하게 된다.


둘째, 낭만적 사랑은 많은 경우 그 발전 속도가 매우 급속하다.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이 두 사람을 묶어 맬 아무런 객관적 이유가 없는 두 남녀가 급속하게 강렬한 인간관계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는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이 우연히 처음 본 순간에 강렬한 사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언어문화권에서는 이처럼 사랑의 급격한 발전을 기술하기 위해 ‘사랑에 빠진다(fall in love)'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낭만적 사랑의 세 번째 특성은 매우 강렬한 감정이 개입된다는 점이다.

낭만적 사랑에서는 어떤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매우 강한 애착감정이 유발되어 상대방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생겨난다. 낭만적 사랑처럼 뜨겁고 강렬한 감정이 개입되는 인간관계는 없다. 아울러 사랑관계의 굴곡에 따라 감정변화가 매우 심하게 일어난다.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고 확인했을때의 그 기쁨과 환희 또는 상대가 나를 거부하고 떠나갈 때의 고통과 쓰라림은 어떤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매우 강렬한 감정인 것이다.



낭만적 사랑에 대한 관점


 이러한 낭만적 사랑의 경험은 매우 독특한 심리상태이다. 어떤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매우 특이한 심리상태에 빠지게 된다. 과연 이런 낭만적 사랑의 심리상태는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상태인가? 아니면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상태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서 낭만적 사랑을 바라보는 세 가지의 다른 관점이 있다.


첫째,낭만적 사랑은 정상적이며 아름다운 심리적 체험이라는 관점이 있다.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성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낭만적 사랑의 경험을 하기 때문에 극히 정상적이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낭만적 사랑은 인간의 마음 깊은 속에 있는 본성적인 애정욕구의 발현으로서 이러한 욕구가 활발하게 발현되고 충족되는 상태라고 본다.

따라서 낭만적 사랑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강렬한 사랑의 체험은 아름답고 소중한 체험인 것이다.


낭만적 사랑은 인생의 특정한 시기에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만 느낄 수 있는 삶의 축복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은 낭만적 사랑을 이상적인 사랑으로 여기며 진정한 사랑은 이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둘째, 낭만적 사랑은 비정상적인 신경증적 상태라고 보는 관점이 있다.


흔히 낭만적 사랑에 빠진 사람은 평소의 상태에 비해서 매우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된다. 뿐만 아니라 사랑에 몰두하다보면 학업이나 직업과 같은 현실생활에서 기능저하를 나타낼 수 있다. 심지어 사랑을 위해서 생명을 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라고 볼 수 없다는 관점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이런 낭만적 사랑을 경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라는 점에서 낭만적인 사랑은 의존성, 성충동,

자기조절능력의 부족과 같은 인격적 미숙함을 반영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낭만적 사랑에서 체험되는 여러 가지 심리적 상태는 개인의 열등감, 의심성, 질투성, 거부에 대한 두려움, 불완전감과 같이 부정적인 심리적 요인이 활성화되어 나타난 신경증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관점을 지닌 사람에게는 낭만적 사랑이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가 아니라 미숙한 사랑의 형태라는 것이다. 성숙한 사랑은 자기조절이 이루어진 안정된 상태에서 타인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 세 번째의 관점은 낭만적 사랑을 사회적 학습의 소산으로 본다.


즉 낭만적 사랑은 사회문화가 부추킨 상상과 환상의 소산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우리문화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랑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낭만적 사랑을 다루고 있고 이러한 사랑을 아름다운 것으로 미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낭만적 사랑에 대해 미화적 환상을 지니게 된다.

뿐만아니라 이성간의 사랑은 낭만적이어야 한다고 학습되며 따라서 그러한 사랑을 원하고 상상하게 된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학습된 사랑에 대한 환상과 상상이 실제 이성관계 속에 투영되어 강렬한 감정을 생성시킨다.


러나 이렇게 비현실적인 환상에 근거한 사랑은 실제의 이성관계에서 결국 좌절되거나 많은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낭만적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며 보다 현실적인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변하게 된다.

요컨대, 이러한 관점은 낭만적 사랑을 비현실적인 환상에 근거한 미숙한

형태의 사랑으로 간주한다. 또한 이러한 미숙한 사랑의 원인과 책임은

개인보다 사회에 있다고 본다.



낭만적 사랑의 함정


 낭만적 사랑은 양면성을 지닌다. 사랑에는 밝은 면과 더불어 어두운 면이 있다. 사랑은 행복과 기쁨의 원천인 동시에 불행과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 특히, 낭만적 사랑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황홀한 행복감에 젖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많은 갈등과 고뇌 속으로 몰아넣는다. ‘사랑은 나의 천국, 사랑은 나의 지옥’이라는 노래가사가 있듯이, 사랑은 행복,기쁨,환희를 체험하는 천국의 요소를 지니는 동시에 사랑은 불안,슬픔,고통을 겪게 하는 지옥의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Peabody, 1989)


 이렇듯, 사랑에 있어서 갈등과 고통은 필연적 요소인 듯 하다. 사랑을 다룬 동서고금의 문학작품 중에서 사랑의 갈등과 고통을 다루지 않은 작품이 없다. 심지어 ‘사랑은 죽음보다도 고통스럽고 독약보다도 쓴 것’이라고 묘사하는 이도 있다.

강한 밝음이 있으면 그 뒤에 강한 어둠이 있듯이, 사랑이 그토록 강렬한 기쁨을 주는 것은 그 이면에 그토록 지독한 괴로움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연 낭만적 사랑에는 어떤 고통과 갈등이 따르는 것인가? 과연 낭만적 사랑에는 어떤 함정이 있는가?


 “사랑을 하게 되면 영웅호걸도 바보․겁쟁이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람이 변한다.

흔히 나약하게 변해서 아픔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랑을 열병이라고 하기도 하고 누구나 한번씩 치르는 홍역이라고 하기도 한다. 특히 낭만적 사랑은 신경증적인 병적 상태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과연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오는 것일가? 어떤 변화가 오길래 사랑이 그토록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1) 과민성


 사랑을 하게 되면 매우 예민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반응이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 몸짓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그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분가 감정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살피게 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과연 나를 좋아한다는 표현인지 아니면 나를 거부하는 표현인지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2) 감정의 동요


 사랑을 하게 되면 감정동요가 심해진다. 평소보다 감정의 변화가 심해진다.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감정의 강도와 감정변화의 진폭이 커진다. 또한 감정이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한 감정상태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증가된 예민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상대의 반응이 예민해지면서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감정이 변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듯한 반응을 보일 때는 날아 갈듯한 기쁨과 행복감에 젖지만, 상대가 나를 멀리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면 갑자기 절망감과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3) 거부의 두려움


 사랑의 고통스러운 심리적 이유 중의 하나는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거부당할 것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 생긴다.

특히 서로 사랑의 마음을 확인해가는 탐색적 애정교환단계에서 이러한 두려움이 가장 강하다. 그토록 상대방을 좋아하고 사랑하면서도, 사랑은 고백하기가 어렵고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대방이 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을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보이지 못하고 대신에 매우 모호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은밀히 표현한다. 설혹 상대방이 나의 사랑을 거부하더라도 내가 받은 상처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4) 열등감의 확대


 사랑을 하게 되면 자신이 열등감이 확대된다. “그대 앞에서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가.”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듯이, 사랑을 하게 되면 내 자신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평소에 작게 느껴지던 자신의 결점이 크게만 느껴지는 반면, 자신의 장점은 작게만 느껴진다. 또한 사랑을 하게 되면, 평소에 잠복해있던 열등감이 의식의 전면에 떠오르게 된다.

사랑을 해봐야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평소에 잠재되어 있던 열등감, 콤플렉스, 무의식적 갈등과 같이 자신의 숨겨진 면들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이 작게 느껴지는 이유는 상대방이 커보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해 과다평가하고 이상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말이 있듯이, 상대방의 단점과 결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의 장점은 실제 이상으로 커다랗게 느껴진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흔히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게 된다. 천하의

영웅호걸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겁쟁이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의심


 사랑을 하게 되면 의심이 많아진다. 상대방의 사랑에 대해서 자꾸만 의심과 회의가 생겨난다. 과연 그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고 있는가? 과연 나만을 사랑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과 사귀고 있지는 않는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의문과 의심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상대방의 모호한 말 한마디에 근거하여 여러 가지 피해의식적 공상과 의심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이럴 경우는 흔히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의심하게 된다. 따라서 상대방의 사랑을 자꾸 확인하려 한다. 좀더 분명한 방법으로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서 아무리 확실한 확인을 해도 사랑의 의심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의심은 사랑의 위험한 함정 중의 하나이다. 의심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보면, 상대방의 언행에는 의심하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 없지 않다.

이렇듯, 의심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확신으로 변한다. 이러한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불행한 경우가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망상적 확신을 갖게 되는 의처증과 의부증이다.


(6) 질투


 사랑하게 되면 질투가 심해진다. ‘질투는 사랑의 자매이다. 악마가 천사의 형제이듯이’라는 명구가 있듯이,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의 잠재적 경쟁상대에 대해서 질투를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접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경계심을 갖게 된다. 특히 두 사람 사이의 애정관계를 위협하는 경쟁상대에 대해서는 적개심을 느끼게 된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관심을 보이거나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에 대해서 질투를 느끼게 되고 그 사람을 은근히 깍아내리고 싶어진다. 이러한 질투감정은 의심과 짝을 이루어 서로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질투나 시기는 금기시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질투를 느끼면서도 그것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질투는 영혼의 황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질투는 강렬한 불쾌감정이지만 표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해소하기 어려운 마음의 고통이 된다.

따라서 질투는 간접적이며 우회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질투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근히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화를 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켜 사랑의 관계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7) 외로움과 불완전감


사랑을 하게 되면 고독을 알게 된다고 한다. 사랑을 알기 전에는 혼자서도 잘 지내던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되면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게 되면 무언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고 싶어하며 헤어질 때마다 몹시 아쉽게 느껴진다.


헤어지고 나서 혼자 있게 되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허전해지며 다시 만날 때를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이렇듯, 사랑을 하게 되면 혼자 있는 상태가 힘들게 느껴진다. 혼자 있음은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황적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헤어져 지내야 하거나 실연을 통해 이별하게 되는 경우에 이러한 외로움과 불완전감은 더욱 커진다.



맺 는  말


우리 사회에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과 편견과 미신이 매우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인 신념에 속한다. 소설, 영화, TV드라마 중에는 낭만적 사랑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은연중에 비현실적 신념을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두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서로의 성장배경과 성격 그리고 만남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그러한 사랑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은... 해야 한다’는 당위적 기대보다는

사랑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사랑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간의 다양성, 인간 삶의 다양성, 사랑의 다양성을 깊이 인식하고

나름대로의 만족스런 사랑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명 언 >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Arsene Houssare



'사랑이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과 질투의 함수관계  (0) 2006.12.05
사랑과 결혼  (0) 2006.08.31
질투는 진화의 힘  (0) 2006.06.16
사랑의 기술  (0) 2006.05.19
사랑에 대하여  (0) 200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