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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송담(松潭) 2025. 3. 21. 05:56

거위 깃털은 어떻게 뽑는 게 좋을까

 

 

‘바람직한 조세 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인 콜베르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수석이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인용했다가 대차게 비판받으면서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꽥꽥거리며 몸부림치는 거위의 생깃털 뽑는 장면이 연상되는 탓에 언짢게 들리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는 알겠고, 거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세금은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니 가급적 국민이 부담을 덜 느끼는 쪽으로, 그리고 너무 요란하지 않게 걷는 게 좋다는 뜻이겠다.(...생략...)

 

우리의 소득세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반면에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49.1%)은 꽤 높아서 5위권에 든다. 최고세율이 높은데 세수 규모가 작은 이유는 단순하다.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이 너무 높아서 극소수만 해당하고, 대다수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각종 공제가 많아서 대다수의 실효세율은 명목세율보다 훨씬 낮다. (...생략...)

 

2주 전에 민주당 국회의원 20여명이 공동으로 ‘감춰진 증세, 월급보다 더 오른 물가로 인한 세 부담 증가! 완화 방안은?’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과세표준은 감춰진 증세가 맞다. 하지만 그 덕에 우리 소득세의 왜곡이 어느 정도 완화되기도 했다. 이런 은밀한 증세를 없애고 소득세의 왜곡을 고치려면 중상위 이하의 소득세율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각종 공제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있다면 나 역시 과세표준 물가 연동에 찬성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꽥꽥대며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편이 좀 더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니 어찌할꼬.

 

김태일 /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2025.3.21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