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무안 항공기 참사로 많은 사람이 죽고 애도기간이 1월 4일까지라서 해돋이 행사에 가는 것을 생략하려고 했는데 새벽에 동네 운동 멤버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별량 화포해변에 갔습니다.
다음은 을사년의 의미를 검색해 본 것입니다.
2025년은 음력으로 을사년입니다. '을'은 십간(十干) 중 다섯 번째이며, '사'는 십이지지(十二支支) 중 여섯 번째로 뱀을 의미합니다. 동양 문화에서 뱀은 지혜와 재생, 그리고 변화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을사년은 새로운 지혜를 얻고, 자신을 재발견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기에 좋은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을사년은 특히 청룡의 해로 불립니다. 동양 문화에서 청룡은 지혜와 힘, 그리고 행운을 상징하는 신령한 동물입니다. 청룡의 기운은 변화와 혁신,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며, 이는 2025년이 우리 모두에게 큰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줄 것임을 시사합니다.
을사년의 '을'은 새싹을 의미하고, '사'는 뱀이 허물을 벗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이는 새로운 시작과 변화, 그리고 성장을 의미합니다. 2025년은 우리 모두가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 2 >
가부장적(家父長的) 권력의 잔재(殘在)
집사람과 둘이서 식사를 하다가 제가 먼저 식사를 마치고 집사람은 조금 더 오랫동안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집사람은 제가 숟가락을 놓자마자 식사 중에 일어나 후식으로 과일을 씻어 과도와 함께 내놓습니다. 통상 이런 패턴인데 어느 날 갑자기 집사람이 귀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챙겨먹으면 될 것을 굳이 집사람이 하도록 하는 것은 아직 가부정적 권력이 잔재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가부장적 ‘권위(權威)’가 아니라 ‘권력(勸力)’입니다. 권위는 상대로부터 스스로 받아드리게 하는 능력이지만, 권력은 강제성을 수반하고 그 속에 폭력성이 잠재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집사람을 위하여 살겠다고 하면서 이러한 사소한 일조차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젊은 시절에는 제가 ‘물!’하면, 집사람이 “바쁜데 자기는 손발도 없소?”투덜대면서도 챙겨주었습니다. 사소하지만 이러한 가족문화를 보고자란 아들이 결혼해서 짝궁에게 집사람의 서비스 수준을 기대했다가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이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가사일은 분담을 넘어 전담(全擔)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서 여자들이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남편 밥 챙겨주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삼식이 새끼‘라는 욕이 나온 것입니다. 노년에는 여자들의 가사노동을 줄이기 위해 외식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식사준비에 남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요리는 씻고 다듬고 하는 준비과정이 많이 필요한데 이런 일은 남자가 도맡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이러한 것을 실천하고 있다면 그는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멋쟁이 남편입니다. 저처럼 아직 가부정적 권력을 행사 중인 철들지 않은 사람이라면 늦게라도 정신차려야겠습니다.
(2025.1.7 아침생각)
< 3 >
세상은 빛나고 있습니다
여름이었고, 전날 비가 많이 내렸고, 오후 5시쯤 되었으니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파랬죠.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동호대교를 넘어 옥수역으로 가는 길, 열차가 지하를 빠져나와 갑자기 시야가 확 열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강 구간'인데요. 그 구간에서 말갛게 씻은 얼굴의 서울을 배경으로 기관사님의 안내 방송이 들렸어요.
승객 여러분,
그치지 않는 비는 없듯이 나쁜 일도 언젠가는 멈춥니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으시고 밖을 한번 보세요. 세상은 빛나고 있습니다.
“세상은 빛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지하철 안내 방송에서 들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죠. 모든 비는 언젠가 그칩니다. 그리고 온갖 인간사의 고통스러운 순간 속에서도, 세상은 분명 빛나고 있습니다.
유병욱 / '인생의 해상도'중에서
벚꽃 구간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말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욕망이 있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피할 수 없고, 그러니 본능이 원치 않는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 태생적으로 우리의 인생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은 고통이 기본값입니다. 오히려 행복이 특별한 이벤트인 거죠. 누구나 일어나기 싫은 마음으로 일어나 나를 위해 또는 가족을 위해 밥벌이를 하죠.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견디기 힘든 테스트를 견딥니다.
매일이 축제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우리가 할 일은, 왜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대체로 고통스러운가 괴로워할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기본값인 고통 속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행복에 감사하며 그 행복을 힘껏 음미하는 겁니다. 행복함을 기본이라 생각하면, 조금만 불행해도 그것을 견딜 수 없게 됩니다.
'벗꽃 구간'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마 못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가 만든 말이거든요. 1년이란 시간을 빠르게 놀려서 60초 프레임 안에 집어넣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365일이 60초에 늘어가는 거니 6일이 1초정도로 줄어들겠군요. 그럼 2초에서 3초, 잠깐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봄 벚꽃이 피었다 지는 구간이죠. 지금부터가 진짜 봄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자연이 스위치를 켜듯, 남쪽에서부터 차례로 연분홍 빛이 올라봅니다.
우리 인생에도 벚꽃 구간이 필요합니다. 아주 작은 틈으로 들어온 빛이 어둠을 밀쳐내듯, 그런 순간순간의 힘에 기대어 우리는 견뎌야 할 것을 더 잘 견뎌낼 수 있습니다. 벚꽃 구간은 길이도, 형태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1년을 준비해서 떠나는 휴가. 완벽한 벚꽃 구간이죠. 사랑하는 친구와의 맛집 탐방. 생각만 해도 행복하네요.
어찌 매 순간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인생의 무게에 주눅 들지 말고, 참았다 마시는 커피처럼, 가끔 볕 좋은 곳에 의자 하나 내놓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행복의 구간을 설정해 보세요. 벚꽃 구간 그 빛으로 쉽지 않은 시대를 건너고, 덕분에 맑아진 눈으로 가끔씩 찾아오는 해상도 높은 순간들을 포착하고, 더 깊숙이 음미하길 바랍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왜 나는 매일이 축제가 아닐까 실망하지 않고, 단정한 쌀밥과 된장국 사이에 가끔 특별한 음식들이 놓이는 식탁처럼, 꾸준히 행복한 하루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Carl Sagan은 말합니다. 우리는 결코 우주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고요. 맞는 말이죠. 우주의 시간에서 우리는 잠깐 반짝이고 사라지는 불빛같은 존재입니다. 잠깐이란 말이 민망할 정도로 명멸하는 점일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짧은 시간을 마음껏 음미해야 해요. 반짝이다 사라질 점에게, 내일로 미룰 시간이 어디 있나요? 최선을 다해 우리는 눈앞에 놓인 세상을 즐겨야 해요. 요즘 내내 드는 생각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
제때 마시는 커피 한 모금.
아무렇지 않은 동료들과의 점심.
가끔씩 찾아오는 짧은 성취.
다른 도시의 음식과 냄새.
차창 밖으로 손 흔드는 아이.
볼륨을 투둑 올리게 만드는 음악.
다시 오지 않을 것이 분명한 순간들.
유병욱 / ‘인생의 해상도’중에서
< 4 >
12월의 꽃
12월이니 계절은 겨울입니다. 순천엔 아직 (쌓인) 첫눈이 오지 않아서인지 정원엔 국화, 장미, 비올라 등이 아직 피어있습니다. 조만간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면 곧 스러질 것인데 아직까지 꽃이 피어있습니다. 노란 국화가 지기 전에는 붉은 빛으로 변하고 있는데 아름다워 보입니다. 겨울에도 정원의 꽃들이 빛나고 있네요.
(2024.12.9)
< 5 >
가을빛
봄부터 핀 베고니아가 가을까지 무성하게 자라 지금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봄에 심은 아게라텀은 몸집을 크게 확장하고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주변을 보랏빛으로 가득 채웁니다.
봄에 담벼락 빈 공간에 흙을 채우고 국화를 꺾꽂이 했는데 꽃밭에 심어놓은 국화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이렇게 핀 꽃들을 보면 풍요와 다산(多産), 번영(繁榮)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정원에 흐르는 온기가 무언가 좋은 일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흡족합니다.
(2024.11.5)
소나무 분재
4,5년(?) 전 쯤 뒷산에서 어린 나무를 캐와
누구의 도움 없이 그냥 제가 만든 것입니다.
뿌리부분은 저절로 자란 것입니다.
산책길에서 감나무잎을 주워왔습니다,
토부다원 옛주인 안재선 사장님께서
감나무잎을 물수반에 넣고 감상해 보라고 했던 일이 생각나서
저도 오늘 시도해 봤습니다.
색깔이 참 아름답습니다. 자연이 주는 미술품입니다.
제가 화가라면 당장 이 빛깔을 그려내고 싶을 것 같습니다.
(2024.11.2)
11월의 장미
토부다원에서 전입
(2024.11.8)
가끔 정원의 돌을 이리저리 옮깁니다. 재배치하여 '바다표범'으로 이름지었습니다.
매일 다니는 산책길에서 바라본 상사호입니다.
우리집 데크에서 바라본 옆집 토부다원 정원 단풍입니다.
토부정원은 우리집 정원이나 다름없습니다.
2024.11.26
대봉이 다실방에서 홍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밤에 먹으려고요.
거실에 앉아서도 창문을 통해 단풍을 봅니다.
이층에서 본 상사호
산책길에서 발견한 가을빛입니다.
토부다원 정원(202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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