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행복과 사회

송담(松潭) 2021. 7. 8. 13:16

행복과 사회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는 것은 행복과 돈의 추구가 아닙니다. 돈이라는 발명품은 인간의 DNA가 인식할 정도로 그렇게 오래되지가 않았어요. 인간의 DNA는 여타 동물과 마찬가지로'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코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 한다면 그것은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인 거예요.

 

행복 역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위를 했을 때 얻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인간들이 그런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게 될 테니까요. 희열, 성취감, 자신감 등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면 그것들을 가져오게 한 행위가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해서입니다.

 

진화심리학적인 관점과 연결해보면, 인간은 사회 안에 있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데, 그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사회 테두리 밖에 있다는 감각은 자신의 생존에 가장 위협이 되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유리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회입니다. 행복의 근원은 ‘사회’입니다.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죠, 그래서 인간은 사람과 접촉하고, 사회 안에 있을 때 행복감을 느끼게 DNA가 설계되어 있어요.

 

사회적 존재라는 것은 결국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죠. 사람이 희망입니다. 사람이 행복의 이유이고, 사람이 즐거움의 원천인 것이죠. 왜냐하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집단생활을 해야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핵심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사람에게서 긍정의 감정들을 느끼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상처받지만,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가 언젠가의 그 상처보다 큽니다. 사람 때문에 슬프지만, 사람으로 인해 얻는 기쁨은 그 슬픔을 덮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거든요.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DNA에 원래 그렇게 입력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복작복작대며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행복과 관련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행복의 성질은 일회성이라는 겁니다. 합격의 기쁨, 승진의 짜릿함, 첫 데이트의 설렘 등은 며칠뿐입니다. 조금만 지나면 희석되죠. 이 역시 생물학적인 작용이에요. 생존은 일회성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계속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행위를 하려면 이전의 행복으로 인한 쾌감은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행복을 또 찾아나서게 되거든요. 그래서 복권에 당첨된 기쁨이 순간에 불과한 것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이를 적응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행복한 삶의 중요한 비밀 중 하나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입니다.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것이 행복한 삶의 비밀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불행 역시 적응 회로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 처음 느꼈던 불행의 감각보다는 조금 덜 아프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행복의 기원은 한마디로 '사람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불행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불행은 '자신과 관계 맺는 사람들이 없는 세계', '사람들의 세계에 자신이 속하지 못하는 상황' 같은 것에서 유발되지 않나 싶어요.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인정을 받지 못해 성취할 수 없을 때요.

 

행복은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감정이니까요. 감정을 노력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 정도 경지의 사람은 '수도사' 정도의 반열에 오를 겁니다. 그래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한테 "힘 내"라고 하는 것은 암에 걸린 사람한테 "암에 걸리지 마"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의미도 없고, 오히려 불행한 느낌만 더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암에 걸리기 전에 좋은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암에 걸릴 가능성을 낮출 수는 있거든요. 그리고 암에 걸렸다 하더라도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라는 바탕을 형성해서 치료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죠. 마찬가지로 친구를 얻고 사귀는 것은, 불행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불행에 빠질 가능성을 줄이고, 혹 불행하다고 느끼더라도 조그마한 위로가 될 심력이라는 바탕을 형성하는 전제가 될 수 있죠.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나도 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하거든요. 물론 거기에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언제든 연락해도 좋은 친구라고 방심해서 1년 내내 연락도 안 하고 지내는 친구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은 문자해서 생활과 맥주 한 잔 나누는 친구가 ‘친구’죠.

 

통화하다 "언제 한번 보자"라로 얘기하기보다는 "다음 주가 좋아? 다다음주가 좋아?"라고 묻는 친구가 행복감과 관계 있는 친구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습니다. 친구가 필요할 때, 딱 맞춰서 친구 역시 여러분이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거든요. 그래서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친구는 대칭을 맞춰야 하는 평행저울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쏠림이 반복되는 시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시한 / ‘지식 편의점(흐름출판)’중에서

 

* 위글의 제목 ‘행복과 사회’는 독자가 임의로 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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