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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송담(松潭) 2020. 9. 23. 05:40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 법정스님 -

 

 

위 시를 내 친구 박형하에게 카톡으로 보냈는데 답장이 왔습니다. 친구는 오래된 친구이기도하지만 서로 정서가 비슷하고 많은 것을 함께 공감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늙어서까지 서로가 서로를 깊이 이해해 주고 신뢰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우리 인생에  몇 명이나 될까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친구는 많아도 진정한 친구가 없는 세상에 우리처럼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사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다음은 친구의 답장입니다.

 

가을에 읽기에 딱인 글입니다.

 

이 글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는 저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합니다.

 

마치 짝사랑의 마음을 상대에게 들킨 것처럼 얼굴이 붉으스레 달아오릅니다.

 

만약 저에게도 이 글이 있었다면 벗님들께 보내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코로나는 여전합니다.

 

조상들의 벌초를 가로 막고 더 나아가 추석날 귀향 성묘도 자제를 당부하는 분위깁니다.

 

돌아가신 부모님보다

살아 있는 나를 우선 시 하는 것 같아

마음이 가을의 낙엽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글을 받으니 아직도 날 염려해 주는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더구나 우리에게 가을이 오면 만남이라는 언약이 있기에 봄날 같은 따스함도 있습니다.

 

모쪼록 코로나 대비 잘하시고 추석 명절 지난 후 건강하게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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