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양 수필

작은 追憶 , 큰 幸福

송담(松潭) 2020. 5. 23. 21:23

작은 追憶 , 큰 幸福

 

 

몇 년 전 집사람 운전 연수를 위해 별내 신도시를 요리조리 다닐 때다. 우연히 '천보사' 안내표지판을 보고서 불현듯 군 복무 시절 알고 있던 천보산을 생각해냈다. 1978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군 복무 시절 일등병 때 일이다 산자락 초입에 소대별로 막사를 짓고 3-4개월 작업에 들어갔다. 방카 작업을 위에서다. 우리는 일반병이라 모래 또는 자갈 등을 질통에 메고 산 중턱이나 정상부근 벙커에 나르는 역할을 한다.

 

한번은 산 중턱에서 미끄러져 팔꿈치를 다친 적이 있는데 작은 흉터가 희미한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배가 아파 당번으로 내무반을 지키고 있을 때다.

고참 병장 또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아 내무반에 남아 어디론가 다녀오곤 했다.

 

저녁이었다. 내무반에서 누군가 주머니에서 돈이 없어졌다는 얘기가 들렸다. 3천 원으로 기억된다. 그런 얘기가 들리니 여기저기서 소곤소곤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다음 날 아침 소대 전체에 점심 먹고서 어떤 장소로 모이라는 전갈이 왔다. 물론 고참 병장의 명령이다. 내무반 분위기는 천둥 번개가 치듯 싸늘하게 식어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숲속에 일렬로 집합했다.

 

고참 병장은 “그렇지 않아도 군기가 빠져 기강이 해이해졌는데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고 훈시를 했다. 계급순으로 20여명이 되는 듯싶다. 신참 병장 몇 명이 이등병을 제외하고 상병부터 일등병까지 몽둥이로 다섯 대쯤 때린 것으로 기억된다. 병장 다섯 명 정도가 몇 대씩 때리고 지나가니 엉덩이는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잠시 매타작이 다시 시작될 즈음이다. 내가 손을 번쩍 들고 "이 병장님! 내무반에서 없어진 돈은 제가 가져갔습니다." 라고 얘기했다. "너 ~~ 거짓말하면 죽는다." “네”라고 응수 했다.

매타작할 참이었는데 나의 제스처로 집합대열이 한순간에 흩어졌다. 저녁에 고참 상병이 나를 한곳으로 불렀다. "너, 진짜 돈을 가져갔니?" 가슴을 주먹으로 몇 대 맞았다. "진짜인가 ?" “네”

 

또 몇 대 맞았다. 매를 맞아도 소리 내면 안 된다. 소리 내면 소리 낸다고 더 세개 얻어터지기 때문이다. 고참 상병의 조사가 끝나고 그날 밤 곤히 잠들었다. 다음날 점심을 먹으려니 조 일병이 숲속으로 나를 조용히 불리냈다. 자꾸 질문을 건넨다. 어떻게 가져갔느냐, 왜 왜?

 

처음에는 가져갔다고 주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화가 풀어지는 게 아니라 다시 꼬여갔다. "네 !, 사실이 아닙니다." 실토하고 말았다 바로 그때 뭉쳐있던 눈물샘이 터졌다. 평펑 울었다. 그런 사실들이 내무반에 다시 퍼지면서 고참들이 은연중에 다가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냐." 며 고마운 눈빛을 보내왔다. 나의 희생이 아니면 몽둥이로 엉덩이를 실컷 맞거나 주먹으로 가슴을 심하게 맞았을 것이다. 한참 선배인 윤 상병은 우리가 입대하기 전에 가슴을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약을 먹는 중이었다. 3-4개월 벙커 작업을 마치고 부대에서 철수하는 날 밤에 김 병장과 초소 근무하려 나갔다. 나를 보더니 “참 대단하다."고 했다. 정말 그때 그대로 갔다가는 모두가 매타작에 깊은 계급장(상처)을 하나씩 달을 뻔했다.

 

( ...생략 ...)

 

상병 때는 전우신문에 “참된 군인이 되자" 라는 주제로 나의 글이 실려 사단장, 연대장, 중대장에 이르기까지 격려 진화가 중대장에게 이어져 내무반이 후끈 달아올랐다. 해가 바뀌어 따뜻한 어느 봄날, 중대 모범 사병으로 선정되어 1박 2일 산업시찰 길에 올랐다.

 

( ...생략 ...)

 

33개월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사회 첫발을 내디뎠을 때는 막막했다. 하지만 그 성실함이 밑거름이 되었는지 직장 생활 35년을 마시고 또다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군 생활과 직장생활이 말하듯이 사회에 그런 경험들이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제 이 사회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작은 밑거름이 되리라 스스로 다짐해 본다.

 

< 郵趣春秋2019 제 13호>에서

 

글쓴이 : 장기양

 

 

대한적십자사 헌혈유공 금장 수상

HI SEOUL NEWS 3기 시민기자

(2009-2010. 교통분야 활동)

수락운수(노원 8번 마을버스) 운영위원

한국우편엽서회 총무이사

 

E-mail:jangky53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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