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여포와 초선, 잘못된 만남

송담(松潭) 2019. 8. 8. 09:20

 

여포와 초선, 잘못된 만남

 

 

 

 

 

 

 여포는 전쟁터에서 싸움만 해왔지 이성과는 별 만남도 감정도 가져 보지 못한 투박한 사내였던 것이다. 그녀는 누구였을까? 왕윤의 수양딸인 초선이었다. 그녀의 미모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중국의 4대 미녀 안에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여포가 찰나에 느낀 감정이 일방이 아니라 쌍방인 듯 했다. 세상에, 너무 잘생겼던 것이다. 보통 무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락부락하고 피부도 거무튀튀한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여포는 달랐다. 싸움을 여러 번 겪은 듯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면서도 반듯한 이목구비에,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깨는 떡 벌어졌지, 키 크고 몸도 탄탄하지! 게다가 초선 자신을 보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지켜주고 싶은 분위기까지 풍겨왔다. 어떤 여인이라도 시선이 가는 남자였던 것이다.

 

 "내 딸일세, 초선아 인사드려라, 여포 장군이시다."

 

 초선은 사실 왕윤의 친딸은 아니었다. 그녀의 엄마는 기생으로, 왕윤과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녀가 폐병으로 죽게 되면서 초선을 부탁한 것이다. 왕윤은 사별의 아픔에 꺼이꺼이 울다. 어린아이 초선을 보고 결심했다. 내가 친딸처럼 곱게 키워 좋은 배필 만나게 해주겠다고. 덕분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십자수, 그림, 악기, 노래, 춤 등 안 배운 게 없었고, 좋은 옷만 입고 좋은 음식만 먹으며 양갓집 규수로 잘 자랄 수 있었다. 다만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다 보니, 남자 볼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내 여포를 만난 것이다.

 

 초선은 중국 4대 미녀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지요. 중국 4대 미녀들의 전설은 입이 떡 벌어집니다. 춘추 전국 시대 월나라의 '서시'를 본 물고기들이 수영하는 걸 잊고 강바닥에 가라앉았다는 이야기. 기러기들이 나라의 '왕소군'을 보자, 날갯짓을 잊어 떨어졌다는 이야기. 나라의 '양귀비'가 꽃을 만지자, 꽃마저 부끄러워 꽃잎을 말고 감추었다는 이야기. 이 세 미녀를 뺨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초선입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는 "아름답기 그지없었을 뿐 아니라 춤과 노래마저 훌륭했다."라고 쓰여 있답니다. 하루는 초선이 화원에서 달을 보고 있는데,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렸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 왕윤이 찬탄을 금치 못하고 이렇게 말했고요.

 

 "달조차도 초선을 보니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는구나. 과연 폐월(閉月)이로다."

 

 

 초선을 붙잡고 왕윤이 다시 한 번 통곡했다. 네가 여포와 동탁 사이를 이간질하는 반간계를 써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끅끅."

 

 왕윤은 그동안 짜둔 '동탁 제거 계획'을 초선에게 설명했습니다. 왕윤이 생각하는 반간계가 뭐냐고요? 쉬운 말로 미인계로 여포와 동탁 사이를 이간질한다는 뜻이랍니다. 결국 여포가 질투심에 동탁을 죽이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거지요.

 

 "이렇게 곱고 예쁜 딸을 숨겨뒀다니! 왕윤, 그렇게 안 봤는데, 이긍, 얌체기질이 있구만."

 

 “사실 오늘 동탁 어르신을 모신 것도 청이 있어서였습니다. 아직 어리고 많이 부족하지만, 제 딸을 상국께서 거두어 주셨으면 하는데....”

 

 "? 내가? 손녀 같은 여인을 어찌 내가 배필로 삼겠어. 늙은이 주책이란 소리 듣지. 천자가 배필이 없으니, 황후로 삼는 게 어떻겠엉~?"

 

 의외의 말에 당황한 왕윤은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한나라의 진짜 실세는 상국 아니신가요. 그러니 염치 불고하고 이런 말씀드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랭? 그래도 그렇징~."

 

 말은 그리 하지만 동탁도 내심 왕윤의 말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충혈된 눈으로 초선을 훑는 모습이 딱 봐도 초선에게 홀딱 빠진 듯 했다. 이틀 후, 동탁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초선을 황후로 책봉할 테니, 일단 자신에게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막중한 임무를 띤 초선이 드디어 동탁의 처소로 가게 된 것이다. 이미 흑심을 품은 동탁은 초선이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안으려고 손을 뻗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여포에게 날벼락 같은 소문이 들려왔다. 초선이 황후가 아닌 동탁의 첩이 됐다는 거였다. 여포는 이제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다시 씩씩대며 왕윤을 찾았다.

 

 "글쎄 나는 자네에게 혼인시키려 했다네. 동탁이 황후 시켜준다 해도 세 번이나 거절했어. 자리가 중요한가? 내 딸 마음이 중요하지! 그런데 자네도 알다시피 어찌 내가 동탁을 이길 수 있겠나?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데려가더니 지 첩을 만들다니. 아이고."

 

 "이런 변태 늙은이 같은이라고!"

 

 자기도 모르게 양아버지 동탁을 욕하며 여포는 또 주저앉고 말았다.

 

 느끼한 동탁의 품에 안기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여포를 향해 있었어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초선은 여포의 애간장을 잘도 녹였는데요, 동탁의 집에서 여포를 만나는 날이면 긴 머리를 뒤로 살짝 넘기며 귀밑과 턱선을 여포 쪽으로 틀었지요. 그 자세로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구니 여포가 어땠을까요?

 

 어느 초여름, 햇살이 따사로운 날, 동탁이 자리를 비웠단 소식을 들은 여포가 더는 참지 못하고 초선에게 달려갔다. 그 여인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으니까. 저 멀리 초선이 정원 안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초선도 느낌이 이상해 홀깃 보니, 여포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의 어깨가 들썩들썩하며 또 눈물이 터졌다. 이를 본 여포가 달려가 초선을 품고 같이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울던 초선이 입을 열었다.

 

 "전 이미 더럽혀진 몸이랍니다. 이번 생에 오라버니와 함께 할 수 없다면 그냥 죽어 버릴 거예요."

 

 말이 끝나자마자 초선이 연못으로 몸을 던졌다. 놀란 여포가 물속에서 그녀를 확 끄집어내며 말했다.

 

 “초선아, 죽지 마! 오빠가 구해 줄게. 내가 이번 생에 널 아내로 맞이하지 않으면 사내가 아니다.”

 

 여포는 이미 이성을 잃은 듯 했다. 그때 외출했던 동탁이 집으로 돌아왔다.

 

 "초선아~~우리 초선이 어디 있엉?"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탁의 눈에 두 사람이 꼭 부둥켜안은 장면이 포착되고 말았다.

 

 "이런 후레자식 같은 놈!"

 

 눈이 뒤집힌 동탁은 소리를 버럭 지르며 여포가 옆에 세워둔 방천화극을 집어 던졌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여포는 초선을 놔두고 냅다 줄행랑을 쳤다. 그래도 동탁이 양아버지이자 나라의 최고 권력자이니 두려움이 밀려온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비겁하게 도망쳐야 했던 여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여포가 떠나자마자 동탁이 씩씩대며 초선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초선이 너. 여포랑 눈 맞았냐? 내 아들인데? ?"

 

 초선이 원망스런 눈으로 동탁을 바라보더니 목놓아 우는 게 아닌가.

 

 "왜 울어? 방귀 뀌고 성내느냐, 지금?"

 

 "서방님, 정말 억울합니다. 제가 서방님 생각하며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여포라는 자가 다짜고짜 오더니 저를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여린 제 몸으로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요? 이렇게 망가지느니 차라리 죽자는 심정으로 연못에 몸을 던졌답니다. 이 젖은 옷을 보십시오. 저는 서방님밖에 없는데, 어찌 절 의심하시나요? 이럴 바엔 진짜 죽어 버리겠어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가 뜰 안의 나무에 머리를 들이받는데, 어찌나 세게 박았는지 이마에서 뜨거운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답니다. 그리고 초선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요. 아마 초선도 자기가 처한 비참한 상황에 머리가 확 돌았던 게 아닐까요? 반간계 생각뿐이었다면 적당한 선에서 연기만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눈치코치 없는 동탁은 이 사건을 계기로 초선을 완전히 믿게 되지요.

 

"아이고 우리 초선이, 이를 어째. 내가 잘못했엉, 초선아~~ 내 사랑 초선앙, 제발 눈 좀 떠엉~."

 

 , 한 번 정리해볼까요? 후한 말기, 황제는 약하고 권력을 잡은 십상시는 횡포가 심했습니다. 이에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니, 이를 토벌하기 위해 여러 영웅호걸들이 각지에서 일어났어요. 황건적의 난이 한풀 꺾이고 나자 이 난의 원흉이었던 십상시를 제거하게 됩니다. 이때 수도 낙양으로 온 동탁이 자기 마음대로 천자를 휘어잡았고, 새로운 천자를 앉히는 전횡을 저질렀지요. 보다 못한 왕윤이 잔치를 열어 반동탁 세력을 모으고 행동 대장으로 조조가 나서서 동탁 암살을 시도했어요. 하지만 이것은 실패했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조조는 고향으로 돌아가 각지에 격문을 돌려서 영웅호걸들을 모았지요. 그리고 원소유비 삼 형제, 손견 등과 함께 반동탁 세력을 이끌고 동탁이 주둔해 있던 낙양으로 향했습니다. 한편 동탁을 제거하기 위한 또 다른 시도로 초선이 열심히 몸을 바처서 연기를 하고 있었고, 초선을 사랑하는 여포는 마음이 탔습니다. 그런 때 바로 반동탁연합이 낙양과 가까운 사수관이라는 관문에 진을 친 것이에요. 동탁은 어떻게 대처를 할까요?

 

 

 "상국, 큰일났습니다. 도망간 조조와 원소가 연주 지역에서 반동탁 연합군을 결성했다고 합니다."

 "아니 조조, 원소? 뭐 그깟 거 쓸어 버리면 그만이잖아. 큰일이라도 난줄 알았네잉."

 

 "상국, 그게 아니라 17명의 제후들이 군사를 이끌고 함께 모였다고 합니다.”

 

 "아니 이 건방진 것들이 여포를 불러와!"

 

 개인적인 감정으론 여포가 못 미더웠을 지라도, 역시 적을 막는 데에는 여포만큼 듬직한 사람이 없었죠. 여포 같은 명장을 죽였다간 자기가 꼼짝없이 죽게 생겼는데, 어쩝니까? 결국 동탁은 어쩔 수 없이 초선의 일은 잠시 접어두고 여포를 잘 다독이기로 합니다.

 

 “아니 어떤 놈이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게야? 누구냐?”

 

 동탁이 화나서 쳐다본 곳엔 왕윤이 당당히 서 있었다.

 

 "왕윤? 네놈이 미친 게니?"

 

 동탁이 비록 늙고 비대했지만 여전히 힘 있는 장수였다. 그가 칼을 빼들고 병사들을 하나 둘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때 여포가 불타는 눈빛으로 방천화극을 들고 뚜벅뚜벅 걷어 나왔다.

 

 “아이고 그래, 내 아들 여포야. 저놈들 좀 얼른 처리해 버려라! 이놈들이 글쎄 작정을 하고 이 아비를......!”

 

 동탁은 자기 생의 마지막 말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포의 방천화극이 동탁의 목을 두 동강 냈기 때문이다.

 

 “너는 황실의 천자를 능멸하고! 이 나라의 백성을 탄압하고! 천륜을 어겨 자식의 연인을 빼앗은 인면수심의 짐승만도 못한 놈이다! 내 황제의 조칙을 받들어 역적을 참하였다!”

 

 이렇게 외치는 여포의 발 아래에는 눈도 감지 못한 채 흰자위를 드러낸 동탁의 머리가 굴러가고 있었다.

 

 자, 이렇게 여포는 두 번째로 자신의 양아버지를 죽였고요, 드디어 독재자 동탁이 죽었습니다. 여포는 황궁의 상황은 뒤로 한 채 미오성으로 달려가 초선부터 챙겼습니다. 왕윤은 동탁의 주검을 백성들이 지나다니는 저잣거리 한복판에 내던지라 명했고요. 분노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동탁의 몸을 벌거벗기어 기둥에 묶은 다음 그 배꼽에 심지를 박고 불을 켰더니 사흘을 꺼지지 않고 타들어갔다고 합니다. 얼마나 배에 기름이 많았는지 알 수 있겠지요? 그야말로 백성의 피눈물로 응고된 적폐 덩어리였던 것입니다.

 

' 설민석의 삼국지1' 중에서(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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