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송담(松潭) 2018. 9. 26. 16:28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영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는 초반부터 음악이 심상치 않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미국의 시골 동네에 시집온 프란체스카는 식사를 준비하며 낡은 라디오를 틀어놓고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가 부르는 오페라 노르마Norma정결한 여신 Casta diva을 듣는다.

 

정결한 여신>은 제 1막에서 노르마가 부르는 아리아이다. 가정을 가질 수 없는 승려의 신분이지만 로마총독 폴리오네와 비밀리에 사랑하여 두 명의 아이까지 둔 노르마는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을 포기한 채 신을 섬겨 갈리아지방의 최고 승려가 되었다. 그러나 폴리오네는 또 다른 사제 이달지사와 사랑에 빠진다. 노르마는 <정결한 여신>에서 갈리아 지방의 평화를 기원하고 잃어버린 연인 폴리오네가 자기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노래한다.

 

 정결한 여신이여, 당신은 은빛으로 물들입니다.

 ...우리에게 보여 주소서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뿌려주소서 땅 위에 평화를

 ...분노하고 우울한 신이 로마인들의 피를 요구한다면

 ...! 아름다운 사람아 내게 돌아오라

 처음의 충실한 사랑으로

 ...조국이여 그리고 하늘이여.

 아, 돌아오라 다시금 예전의 당신으로

 

 

 평범하게 살던 노부인 프란체스카 존슨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유족인 아들과 딸은 먼저 사망한 아버지가 있는 가족 무덤에 매장하고자 한다. 그런데 프란체스카는 화장해서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유품을 정리하던 자녀들은 어머니가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나흘간의 사랑 이야기가 쓰여 있는 일기장을 발견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프란체스카가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오페라 노르마정결한 여신>을 들으며 식사 준비를 하지만 식사하러 내려온 딸이 엄마에게 아무런 양해도 없이 채널을 돌려 최신 유행가요를 듣고 그런 일이 일상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가족들은 식사를 한다. 남편과 아이들이1박람회에 가고 혼자 집에 남은 프란체스카가 부엌에서 라디오로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23장에 나오는 데릴라의 아리아 <그대의 음성에 내 마음이 열리고>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듣는다.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자유분방한 중년의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니트가 메디슨카운티라는 조그마한 지역에 있는 지붕 덮힌 다리를 취재하기 위하여 프란체스카의 동네를 방문한다. 문학교사를 꿈꾸었으나 자신의 꿈을 접고 농사일을 하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던 프란체스카가 이 낯선 이방인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한다. 그들은 남편과 자식들이 집을 비운 단 나흘간 짧은 불같은 사랑을 나눈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함께 떠나자고 했으나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아이들을 선택한다.

 

 그들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진정한 사랑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프란체스카의 남편은 임종을 맞으며 아내에게 말한다. “당신에게도 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 프란체스카는 남편이 죽은 후에 로버트를 찾지만 실패했다.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나고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의 생명과도 같은 카메라와 그들의 사흘간의 사랑이 담긴 뚜껑 있는 다리 사진이 실린 <내셔널 지오그래피> 한 권과 편지와 수첩 몇 개가들어 있는 그의 유품들을 소포로 받았다.

 

 어머니는 뒤에 남은 아들과 딸에게 유언장으로 부탁한다. 그때 로버트를 따라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살아서 후회 없이 가족들을 사랑했으니 죽어서는 그의 곁으로 가고 싶다고.

 

 영화는 프란체스카의 삶을 통해 책임과 의무 등의 제도가 감정, 사랑, 자유, 굼 등 인간의 본성보다 우선하는 가치인가를 묻는다. 오페라 <노르마Norma>정결한 여신>을 부르는 노르마는 여사제로서 평생 신을 위해 봉사했으나 마지막엔 사랑을 위해 죽는다. 프란체스도 노르마처럼 평생을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게 살지만 죽을 때는 사랑을 따른다. 두 사람 모두 인간의 본성인 사랑을 희생하고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던 기간에는 본성으로 인해 가슴에 상처를 안고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한편 영화는 사회가 여성의 성에 대해 어떤 억압과 편견을 가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프란체스카와 같은 동네에 불륜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피하는 여자가 등장하여 두 사람의 불같은 사랑에 경고를 한다. 그리고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면서 두 사람 모두 여성인 프란체스카에게 가해질 질타를 걱정한다. 사랑은 남과 여가 하는데 개방적인 미국에서조차 질타의 무게가 여자에게 훨씬 더 무겁다. 여성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무거운 인생의 짐에, 남성보다 훨씬 과한 여성으로서의 평판이라는 짐이 더해지는 것이다. 프란체스카의 자녀들이 어머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오빠인 아들이 동생인 딸보다 더 분노하고 이해하지 못하지만, 같은 여성인 딸이 오빠를 이해시키고 유언대로 어머니를 사랑 곁으로 보낸다.

 

이인화 / ‘O.S.T. 코드 : 클래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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