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한계 설정이 필요한 이유
‘착한’ 사람들이 터트리는 화는 남이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과 그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분명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을 두려워 선을 긋지 못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거나 관계가 틀어질까 봐 두려워 선을 긋지 못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그 두려움은 더 크다. 하지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선을 그을 때는 단호해야 하며, 그 뒤에 따라오는 죄책감도 잘 이겨 내야 한다. 잠시 뒤면 죄책감은 사라지고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을 느끼게 될 테니까 말이다.
한계를 설정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선을 긋는다고 하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다. 이기적이라는 말은 손해 보는 건 절대 용납 못 하겠으니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이익을 먼저 챙기겠다는 태도를 뜻한다.
하지만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내 처지와 능력이 여기까지밖에 안 된다고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상대방이 바라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를 때, 웬만하면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만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들어줄 수 없다고 밝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즉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타협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부당한 조종은 절대 받지 않겠다는 표현일 뿐이다. 독일의 관계 심리 전문가인 롤프 젤린은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 했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단호해지는 것의 최종 목표는 나를 지키고 내가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지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거나 그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기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힘들게 할 수도 있고 섭섭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나를 오래도록 힘들게 하고 상처 입힐 것 같으면 필요할 때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 단호해진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 내가 바꿀 수 없는 관계에 매달리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를 존중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인 관계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통제권은 당신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를 가까이 하고 누구를 멀리 할지, 누구와의 관계에 더 힘을 쏟을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내가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면 정말 아플 것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작정하고 상처를 준다 해도 그것은 내가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소중한 나를 지키기 위해 상처 유발자와의 관계를 단호하게 끊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김혜남 / ‘당신과 나 사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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