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용어
< 단선율 >
기독교가 공인되고 국교로서 당당히 로마 최고의 종교로 거듭나면서 가톨릭 음악은 서방세계에서 중심적 음악기준들을 갖추어 나갔다. 그런 와중에 가톨릭 종교의식의 상징인 미사는 그와 내용에 있어 지역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음악적 특징들도 각기 달랐는데, 일반적으로 그 시작은 독창 혹은 합창으로 악기가 없이 불리는 무반주 단선율 음악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기본적으로 ‘평성가’라고 한다. 여기서 단선율이라 함은 말 그대로 하나의 선율밖에 없 다는 뜻이다. 혼자가 됐든, 여러 명이 됐든 부르는 선율은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이 많다고 선율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소리가 커지는 정도다.
< 모테트 >
13세기 후반으로 가면 파리양식의 초기 다성음악은 점차 사라지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 장르인 '모테트(motet)'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라틴어로 ‘모테두스(motetus)'가 어원인 모테트는 ‘가사가 붙은 성부’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교회의 성가로 사용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가사의 내용이 종교적이었다가 차츰 비종교적인 라틴어나 불어 가사가 붙어 세속적으로 변한 노래라고 보면 된다.
< 화성, 화음, 불협화음 >
이탈리아와 더불어 르네상스 초기는 영국음악으로도 대표된다. 그 이전까지의 영국음악은 그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고 역사적 자료가 미비해 다른 나라들과의 변천과 껴맞추기 어려웠지만 15세기에 와서 유럽대륙에 상당한 파급을 미칠 정도의 중요한 위치를 찍게 되었다. 당대 유럽음악의 유행은 주로 리듬(규칙적인 음의흐름)에 지중해 있었지만 영국은 리듬이 아닌 화성(和聲,여러 개의 음을 한꺼번에 소리 내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연결시키는 것)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여기서 화성을 이렇게 이해하면 빠르다. 피아노를 못 쳐도 〈젓가락 행진곡>은 나도 모르게 친구와 연주해봤을 것이다. <젓가락 행진곡>에서 두 개의 손가락으로 각기 다른 2개의 음을 함께 눌러 소리 내는 화음의 연결이 화성이다. 여기서의 화음은 주로 잘 어울리는 소리들로 듣기에 썩 나쁘지 않다. 이러한 잘 어울리는 음들의 화음을 전문용어로 '협화음(協和音)'이라고 하며, 반대로 잘 안 어울리는 화음을 '불협화음(不協和音)'이라고 한다. 영국은 이 불협화음을 의도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며 새로운 음향의 가능성을 제시한 나라였다.
불협화음을 토대로 영국음악의 특징을 잘 반영한 기법이 그것은 ‘포부르동(fauxbourdon)'이라는 기법이다. 포부르동은 프랑스어로 ‘가짜 베이스'란 의미의 즉흥적 연주방식을 가리킨다.
총3명 중 악보에 기재된 2개의 성부를 2명이 노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한 명이 2개의 성부를 보면서 악보에 없는 가장 낮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성부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노래하는 것이다. 이는 순발력이 있어야 가능한 참으로 놀라운 기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비올, 류트 >
현악기 중에서도 현대 바이올린의 전신인 '비올(viol)'은 16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해 다른 나라들로 전파되어 독주(solo)와 앙상블(ensemble) 악기로 널리 애용되었다. 6개가 한벌인 비올은 지금의 바이올린보다는 다소 음량이 작지만 울림과 음색이 부드럽고 섬세함을 갖추고 있어 다성음악을 표현하기에는 그만인 악기다. 반면에 악기의 크기로 인해 순간적으로 강한 음색을 표현해야 할 때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이 단점으로 강약이 있는 춤곡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비올과 더불어 '류트(lute)'라는 악기도 인기였다. 류트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약500년 전부터 사용되어 16세기에 이르러 여러 다른 크기와 음색을 가진 류트군으로 분류되어 발전해왔다. 얼핏 현대의 기타와 비슷해 보이지만 뒤판을 보면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처럼 볼록 튀어나와 있다. 류트의 전형적인 음색은 청량하며 노래반주에 매우 적합하다. 한편 기타와 비슷하게 생긴 류트군으로는 앞판과 뒤판이 평평한 스페인의 류트인 ‘비우엘라(vihuela)'가 있다.
< 화음과 화성 >
바로크에서 중요한 개념은 화음과 화성이다. 화음과 화성, 이 둘은 비슷한 말 같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화음은 높이가 다른 둘 이상의 음악이 동시에 울리는 것을 말하며, 화성은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화음이 성립되려면 중심음이라는 하나의 축이 꼭 있어야 한다. 이 기본음정을 통해 구축된 화음이 구심점 역할을 하며 선율을 조직해 나가는 것이 현대적 작곡의 기본원리인 화성이다.
< 레치타티보(recitativo)와 아리아(aria) >
성악의 대표적 장르인 오페라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레치타티보(recitativo)’와 ‘아리아(aria)'다. 대사를 노래하듯 말하는 레치타티보는 자유로운 리듬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선율적 독창 노래인 아리아는 규칙적인 리듬의 흐름이 특징이다. 구심과 원심, 또 다른 비유로 자유와 통제 혹은 즉흥성과 엄격성으로 대변되는 바로크의 양면성은 바로크 음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특급 노하우인 것이다.
< 조성(tonality) >
르네상스에서는 종교음악보다 세속음악이 더 큰 인기를 누렸고, 악보로도 세속음악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남아있다. 작곡가들은 음악의 종교적인 기능보다 예술적 가치를 우선시했기에 세속성은 창작 의욕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아직 성악음악이 대세인 가운데 대체적으로 노래는 편하고 쉽게 만들어졌다. 세속적이라고 해 그간 사용했던 교회의 선율이 모두 무시되고 온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음악은 전통적 교회 작법에 기초한 상태에서 새로운 내용(가사, 선율)이 추가되어 독창적으로 변형되었을 뿐이다. 종교성을 완전히 벗어버린 시기는 르네상스가 끝날 무렵인 16세기 말쯤 ‘장조(Major)'와 ‘단조(minor)'라고 하는 ‘조성(tonality, 음악에서 하나의 음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것)'의 징후가 포착되고 나서부터다. 이것은 하나의 중심음(keynote)을 통해서 음악을 만드는 현대적 작곡기법의 기반이다.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 주자들인 비발디, 바흐, 헨델 등의 작품들은 세계적인 유산이며 영원히 꺼지지 않을 순수 예술의 결정체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바로크가 살아 숨쉴 수 있었고, 이들 때문에 그 다음 세대가 황금기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음악들은 대개 듣기에 괜찮지만 차이점을 알기가 어렵다.
음악 속에 내재된 기능적 요소들은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바로크라 분류할 수 있는 커다란 내적 속성은 조성체계의 정착이다. 흔히 장조(Major)와 단조(minor)라고 말하는 것들인데, 이것으로 음악의 감정적 표현을 구분시킬 수 있는 작곡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보통 장조라고 하면 밝은 느낌의 음악으로, 단조라고하면 슬프거나 무거운 음악으로 여긴다. 모든 장·단조의 조성이 이렇게 단순한 뉘앙스로 갈리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들을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중심음(keynote)'이라는 필수부품이다. 작곡을 할 때 전체 음악에 중심이 되는 중심음을 정해 이 음을 기준으로 이와 연관된 음정들을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적 작곡법인 ‘조성(tonality)’ 음악이다.
< 정감론(情感論) >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들은 작품 속에 다양한 감정을 세세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두려움, 분노, 사랑, 환희, 절망, 기쁨 등의 감정들을 음악으로 하여금 자극시키는 것을 바로크 음악에서는 ‘정감론(情感論)’, 흑은 ‘감정이론(affektenlehre)이라고 부른다. 정감론은 작품 속에 특정한 감정을 유발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바로크 시대 이전까지의 작품들에서는 일관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면, 바로크 시대부터는 개인적인 감정보다 누가 들어도 공감이 가는 객관적인 감정적 표현을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바로크 음악은 주로 작곡가가 누구냐에 따라 대담하거나 격렬하게, 때로는 생소하게도 표현되어 과거의 전통방식에 익숙해진 기성 작곡가들의 거부감을 사기도 했다.
정감론을 정착시키고자 했던 바로크 시대의 신세대 작곡가들은 선율, 리듬, 구조 등을 변화시켜서 바로크의 제2작법에 부합하도록 가사를 중요시하는 감정표현에 치중했다. 감정표현을 위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곡의 주제를 잡는 것(invertino)’부터가 시작이다. 그 다음은 ‘작품을 구상해서 스케치를 하는 일(dispositio)’이고, 마지막은 ‘작곡하면서 장식을 만들어 넣는 것(elaboratio)'이다. 이렇게 감정표현을 이루기 위한 3단계의 과정은 성악과 기악 모두에 적용되었는데, 이와 같은 방식은 대다수의 바로크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음악작법이었다.
< 장조와 단조 >
대체적으로 장조와 단조의 느낌은 구분된다. 과거에는 장조를 남성에 단조를 여성에 비유했다. 장조는 사랑의 느낌도 있지만 급작스러운 분노와 격분을 드러내기도 하는 남성성으로, 단조는 망상과 환영을 품은 우울한 여성성과 연관짓기도 했다.
유쾌한 단조도 있는 반면, 어딘지 아파보이는 장조도 있다. 재미있게도 정통 클래식 음악은 아니다. 작곡가 이흥렬의 동요 <섬집 아기>가 그렇다. 이 곡의 조성은 장조이나 시작부터 사연이 많은 듯, 슬픔이 짙게 배어있는 듯하다.
< 오라토리오, 칸타타 >
오라토리오는 대개 종교적 주제에 재미를 위한 약간의 극적인 묘미가 감도는 종교적인 오페라라 할 수 있다. 다만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와 같은 극적 성악장르지만 합창이 강조되고, 무대장식과 의상이 없다는 점에서 오페라와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해설자(historicus, testo)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와 함께 바로크 3대 성악장르로 통하는 칸타타는 ‘노래하다’의 뜻인 이탈리아어 ‘칸타레(cantare)’에서 나온 말로 명사적 의미인 칸타타, 이른바 ‘노래되는 곡’이라는 뜻이다. 이는 기악곡이라는 의미인 ‘소나타(sonata)’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장르로는 오페라와 오라토리오가 비슷하며, 형식면에서는 칸타타가 오라토리오와 비슷하다. 칸타타는 오라토리오와 마찬가지로 독창과 중창, 합창도 있고 종교적 성향도 담겨있다. 하지만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와는 다르게 실내에서 소규모의 청중을 대상으로 연주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를 두고 있다. 칸타타는 수준 높은 소수의 청중을 상대로 한 실속 있는 성악공연으로 접근성만큼은 그 어느 성악장르보다 뛰어나다.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같이 레치타티보, 아리아, 중창, 합창, 기악반주 등의 대규모 구성이 아닌 단순한 독창곡 유형이 대부분이라 일단 부담스럽지가 않아서 좋다.
바로크 시대의 도래와 함께 나타난 초기 이탈리아 칸타타 역시 모노디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때의 칸타타는 이름을 규정할만한 뚜렷한 음악적 형식을 갖추지는 못했다. 17세기 말에 가서야 레치타티보와 아리아가 대조를 드러내면서 전형적인 칸타타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이탈리아 칸타타는 작은 규모 외에는 오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무대장치와 의상을 고려하지 않고 볼 때 오페라의 느낌을 물씬 풍기기도 하지만 길이가 대략 10-15분 정도로 짧기 때문에 오페라처럼 생각하고 즐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 소나타 >
르네상스에서 성악적 기반을 둔 기악음악의 발전상은 실내악의 이동 경로라 할 수 있다. 바로크로 넘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소나타(sonata)’라는 기악장르는 실내악을 설명할 수 있는 확실한 출처다. 단도직입적으로 소나타는 ‘기악곡’이라는 뜻이다. 소나타는 이탈리아어로 '울려 퍼지다. 연주하다'란 뜻의 동사 ‘소나레(sonare)'의 명사형이다. 이탈리아어로 노래되는 곡을 뜻하는 ‘칸타타(cantata)’와 대비되는 말로 이 역시도 장르적 측면에서 읽을 수 있는 바로크의 ‘대비’ 라 할 수 있다.
바로크 초기 소나타의 편성은 ‘3중주 짜임새(trio texture)'가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평상적 3중주의 개념은 3명이 연주하는 형태이나 바로크의 3중주는 4명의 악기연주자에 의해 연주가 된다.
바로크의 3중주 소나타로 돌아가 보면, 여기서의 3중주는 보통 2명의 독주자(예를 들어 바이올린2대)를 주선율로 두고 그 아래 계속저음 악기가 필수적으로 1대가 배치된다. 보통은 그 자리를 쳄발로가 담당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쳄발로와 더불어 추가적으로 1대의 계속저음악기(첼로 혹은 바순)가 보강된다. 그래서 바로크의 3중주 소나타라 하면, 기악 연주자의 수는 4명이다.
3중주(4명)에서 출발한 17세기 바로크 소나타는 18세기 이후 독주악기 및 1대의 계속저음(주로 건반악기) 구성인 2중주 소나타와 오직 하나의 독주 악기만으로 연주되는 솔로(solo) 소나타로 보편화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3대의 악기를 초과하는 소나타가 선보여지며 실내악의 거취가 결정된다.
< 실내악 >
처음 실내악의 명칭은 ‘체임버 뮤직'이 아니었다. 기악에서는 ‘소나타 다 카메라(sonata da camera)’, 성악에서는 ‘칸타타 다 카메라(cantata da camera)'로 칭했다. 초기 실내악의 개념은 단순한 기악 앙상블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이는 소규모의 앙상블로 작은 장소에서 연주되는 음악형태를 말하며 그로써 소나타 다 카메라와 소나타 다 칸타타로 불린 것이다.
방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카메라’의 쓰임은 18세기까지 주로 귀족의 집안에서 이루어진 연유로 운용되었다. 실내에서의 연주는 규모면에서 어쩔 수 없이 소수의 인원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수적으로 경감된 성부로 연주되는 음악이 실내악의 본래 취지였다.
실내악을 논함에 있어 '앙상블(ensemble)'이라는 말은 빠지지 않고 따라다닌다. 멋진 실내악 감상을 하고 나면 “앙상블이 좋다”라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럼 앙상블의 정확한 쓰임은 무엇일까? 앙상블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앙상블은 2인 이상의 중창 또는 중주를 가리키는 실내음악이라는 의미와 동시에 다성부의 음악을 지칭한다. 앙상블에서 말하는 다성부의 음악이란 우선 성악에서는 모든 파트가 함께 등장하는 합창과 파트와 관계없이 구성된 3-5중창 등이며, 기악에서는 다양한 악기들의 혼성 중주를 일컫는다. 그러므로 실내악과 앙상블은 서로 상충하는 말이 아닌 상응하는 표현으로 쓰이며, 때에 따라 어느 용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 미뉴에트(minuet) >
고전시대는 오케스트라의 표준화가 이루어진 시기다. 초기 고전 교향곡의 악장구조는 3부분 형식인 바로크 이탈리아 오페라의 서곡(sinfonia)에 의해 ‘빠른 악장 - 느린 악장 - 빠른 악장’으로 각기 분할된 '3개의 악장' 체제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뒤이어 춤곡인 ‘미뉴에트(minuet)’가 느린 악장 뒤쪽에 위치하면서 4악장의 표준 교향곡이 완성되기에 이른다. 이를 구조적으로 볼 때 소나타의 성격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교향곡을 다른 말로 ‘소나타 사이클(sonata cycle)'이 라 부르기도 한다.
< 초기의 고전 교향곡 >
초기 고전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한 오케스트라의 수는 보통 30-40명 정도로 바로크 시대의 오케스트라보다 조금 더 증강된 인원이다. 바로크와 달리 작품에 정확한 악기의 지정과 인원이 배치되며 안정된 오케스트라의 형상이 갖춰진 것이다. 연주자들의 구성은 현악기가 지배적이며 여기에 플루트, 오보에, 바순이 각각 2대씩 편성된다. 그리고 18세기 초 이탈리아 피렌체의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트포리(Bartolomeo Cristofon, 1655-1731)가 발명한 피아노의 본명인 ‘피아노포르테(pianoforte)’의 발명으로 이전에 쳄발로가 연주할 수 없었던 강약의 조절이 용이해져 압력의 정도에 따라 셈여림의 표현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18세기 말쯤 가면 새로 개발된 클라리넷이 추가되면서 목관악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서서히 피아노가 쳄발로를 대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바로크 소나타 형식에 악기를 늘려 대규모 편성으로 키우면 비로소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걸맞는 음악이 ‘교향곡(symphony)’이라는 장르다. 3중주나 독주 소나타 같은 실내악이 알뜰한 경제적 무대라면, 교향곡은 아낌없는 무대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고전시대 연주는 장소나 악기의 개량으로 처음 작곡가가 원하던 형식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관객의 수가 늘어나고 대규모의 공연장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만큼 따져야 할 요소들이 많아 과거의 방식으로는 현대의 구조에 상응할수 없다.
* 교향곡(symphony) :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다악장의 작품.
< 낭만음악 >
‘낭만주의 음악’,즉 낭만음악(romantic,music)의 조짐은 1810년 베토벤의 음악을 두고 사용한 말로 독일과의 깊은 유대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래서 이를 두고 ‘독일 낭만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낭만시대의 연대는 보통 1810년부터 1910년까지로 보고 있으나 모든 음악학자들이 동일하게 기준을 세워놓고 있지는 않다.
로맨틱(romantic)이라는 형용사의 어원은 프랑스어인 ‘로망(roman)’에서 발원되었다. 로망은 ‘소설’을 총칭하는 의미다. 프랑스 소설 대부분의 내용은 중세 기사의 영웅담 내지는 궁중여인들의 연애를 담은 비화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통속소설을 '로망스(rmance)'라고 하며, 영어로는 '로맨스'라 한다. 이를 통해 예상할 수 있듯이 낭만주의 음악의 용어적 사용은 결국 문학과 음악의 결합으로부터 그 타당성이 인용(認容)된 것이다.
19세기의 음악은 문학적 아이디어를 통해 음악가들의 작곡능력을 한층 격상시켜 놓았으며, 그 밖의 여러 음악 외적인 요건들로써 풍족한 낭만성을 갖게 했다. 낭만주의 음악을 다르게 말하면 ‘표제음악(program music)’이라는 말로 대신 할 수도 있다. 표제음악은 시. 소설. 신화, 그림 등을 소재로 삼아 작곡한 기악음악으로 순수한 음악적 요소와 음악 외적인 것을 결합시킨 19세기의 음악사조이다. 반대의 개념은 절대음악이다.
< 예술가곡 >
피아노가 기술적으로 개선되고 다량 보급되면서 수혜를 본 음악이 있다면 단연 성악이다. 개량된 피아노의 새로운 '페달(pedal)' 기법은 사람의 목소리에 이상적인 감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피아노의 달인 쇼팽은 “페달기술은 인성(人聲)의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말할 정도로 페달기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만큼 페달은 피아노 작품의 발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페달이 고안되고 피아노가 필수적인 악기로 대두되면서 독일 예술가곡이라 불리는 '리트(lied)'의 영역이 두각을 띠게 되었다.
리트는 시적인 가사와 음악이 통합된 독창과 피아노를 위한 성악작품이다. 리트는 3가지의 요 소로 빚어진 복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가 사람이고, 두 번째가 피아노, 마지막이 문학이다. 리트는 성악이기에 표면적으로 가사의 역할이 크다 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피아노 파트가 전반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가사는 독일 대문호들이 쓴 서정시를 빌어 만들었기에 내용의 질적 수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음악형식상 재료에 불과하다. 문학이 가진 기운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은 피아노이다. 그러므로 예술가곡에서는 가사의 내용보다 음악의 표현력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예술가곡에서의 피아노는 '회화적(malerisch)' 기법을 통해 소리의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성악을 지탱해주는 것이 아닌 반주 그 이상의 역량을 보여준다. 이는 시가 지닌 정서를 이끌어내거나 성악성부를 중복해 가사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Der Erlkönig), D.328>은 희화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782년에 작시된 괴테의 담시의 내용을 가사로 담아 만든 마왕의 묘미는 시작부터 피아노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 회화적(mleront) : '미술적인, 혹은 그림같이 아름다운'을 뜻하는 것으로 평면상의 색채와 선을 써서 여러 가지 형상과 느낀 바를 표현하는 미술용어다. 음의에서는 음악적인 소리를 통해 삶의 소리나 감정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 슈만과 쇼팽의 피아노곡 >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동시대의 폴란드 작곡가이자 피아니즘의 대명사인 프레데릭 쇼팽 (Frédéric Chopin, 1810-1849)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슈만의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솔로 피아노와의 빈틈없는 조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반면, 쇼팽의 협주곡은 오로지 피아노만을 부각시키기 위해 만든 피아노만을 위한 음악이었다. 독주 피아노 작품에서의 쇼팽의 걸작들은 두말 할 것 없이 압도적이지만 피아노 협주곡에서 만큼은 쇼팽이 슈만에 게 한 수 접어야 했다.
< 슈만과 다른 음악가들 >
슈만이 마지막에 남긴 위대한 음악유산이라면 그의 제자인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와 같은 인재들을 발굴한 일이다. 그 밖에 쇼팽, 리스트 멘델스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 1803-1869) 등 슈만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누리지 못했을 인물들이다. 슈만은 낭만시대의 교집합적인 음악가이다. 독일의 고전적 전통을 이으며 낭만이라는 새 시대의 장을 유려하게 꾸며놓은 장본인이기에 말이다.
김태용 / ‘5일 만에 끝내는 클래식 음악사’중에서
<악곡 전체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 >
나르고 : 아주 느리고 폭 넓게
아다지오 : 아주 느리고 침착하게
안단테 : 느리게
알레그로 : 빠르게
모데라토 : 보통 빠르게
알레그레토 : 조금 빠르게
류인하 / '이지 클래식'중에서
< 크레센도 >
로시니 오페라의 중요한 특징을 이루는 ‘크레센도’ 효과는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보통 크레센도라고 하면 단순히 음의 세기를 점점 크게 하는 것을 지칭하지만, 로시니 오페라에서는 막이 끝날 무렵 점점 노래의 규모가 커져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독창에서 시작해 이중창 사중창 그리고 마지막에는 등장인물이 모두 등장해 합창을 하게 되는 식입니다. 그럼으로써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결말을 이루는 것이지요. 이 방식은 사실 모차르트의 오페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로시니가 특유의 기법으로 발전시켜 애용했기 때문에 ‘로시니 크레센도’라 불립니다.
‘금난새의 오페라 여행’중에서
<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생상스의「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당대의 명피아니스트인 안톤 루빈시테인 Anton Grigorievich Rubinshtein, 1829~94의 의뢰로 작곡되었습니다. 생상스는 불과 17일 만에 이 협주곡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루빈시테인이 지휘하고 생상스가 직접 피아노 협연을 하여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초연되었지요.
이 협주곡은 생상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그 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관현악의 환상적인 분위기, 피아노의 풍부한 선율, 화려한 비르투오소(연주 실력이 매우 뛰어난 대가)가 잘 어우러져 생상 특유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기 때문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1악장을 제일 좋아합니다. 사랑에 빠진 로맨틱한 바흐 같다고나 할까요. 도입부의 극적인 피아노 독주와 화려한 전개가 매우 인상적인데, 바흐의 분위기가 나면서도 19세기의 낭만적 색채로 그려집니다.
음표가 많지 않은데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에 쉽지 않은 곡이기도 하지요. 천진난만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는 제3악장 역시 추천하고 싶습니다.
‘금난새 클래식 여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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