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격정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잔혹드라마
푸치니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 <토스카>는 가장 드라마틱한 오페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힙니다. 그런 점에서 전작인 〈라 보엠>과는 상이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라 보엠>은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서정적인 극인 반면、토스카는 잔인한 고문과 살인, 자살로 점철되는 서사적인 극입니다. 사상 유례 없이 폭력적이고 비극적인 이 오페라는 영화로 치면 18등급을 줘야 할 지경입니다.
사실 <토스카>는 오페라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아주 건조한 사실주의 희곡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푸치니는 특유의 감성적 선율과 센티멘털한 화성을 현대적 기법으로 풀어내 〈토스카>를 한 편의 장엄한 무대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역사적 배경 위에 그려진 사실주의 오페라
오페라 <토스카>의 시대적 배경은 프랑스 대혁명이 유럽을 강타하던 1800년 무렵입니다. 프랑스는 혁명의 기치 아래 대외적으로 유럽의 왕정국가 연합군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혁명군은 파죽지세로 영토를 넓혀나갔고 주요 도시국가들에 공화정을 수립했습니다.
로마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로마를 점령한 프랑스혁명군이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 체제를 수립함으로써 바야흐로 이탈리아에서도 자유와 평등의 세상이 열리는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공화정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왕정 체제로 복원되면서 다시 권력을 잡은 구세력은 공화정 지지 세력을 탄압하기 시작했지요. 그러자 1800년 6월 14일 프랑스혁명군은 나폴레옹의 지휘 아래 다시 이탈리아로 진격해 구체제의 맹주인 오스트리아의 군대와 그 유명한 마렝고 전투를 벌입니다.
1800년 6월 17일에서 다음날 새벽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는 〈토스카>는 바로 이즈음의 상황을 소재로 한 것입니다. 비록 실화는 아니지만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여실히 반영한 사실주의 작품이지요. 오페라는 여주인공인 토스카와 남 주인공인 카바라도시,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드는 스카르피아 등의 삼각 구도로 그려집니다. 내용을 한 번 살펴볼까요.
가수인 토스카와 화가인 카바라도시는 행복한 연인 사이입니다. 두 사람의 행복은 카바라도시가 공화주의파 거물 정치인이자 친구인 안젤로티를 숨겨주면서 깨지기 시작합니다. 경찰 총수인 스카르피아 남작이 안젤로티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카바라도시를 의심하고 체포합니다. 그리고 안젤로티의 행방을 물으며 모진 고문을 가합니다. 카바라도시는 결국 사형을 언도받습니다.
스카르피아는 구체제의 공포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공화주의자인 카바라도시를 제거하고 토스카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교활하고 악랄한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게 카바라도시를 살려줄 테니 토스카에게 몸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토스카는 그러겠다고 약속하지만 막상 스카르피아가 다가서자 그를 칼로 찔러 죽입니다.
이제 토스카는 카바라도시와 함께 이탈리아를 떠나 외국에서 행복한 삶을 꾸리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카바라도시는 그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당하고 맙니다. 실탄 대신 공포탄을 쏘아 죽이는 척하겠다던 스카르피아의 약속은 거짓이었던 것이지요. 이에 격분한 토스카는 경찰들이 잡으러 오자 성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합니다. 이처럼 <토스카>는 세 주인공이 모두 죽는 것으로 끝나는 비극 중의 비극입니다.
오페라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어 더 생생한 느낌을 줍니다. 나폴레옹은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유명한 선언과 함께 프랑스혁명군을 이끌고 의기양양하게 알프스를 넘어왔지만 마렝고 전투에서 오스트리아군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로마에서는 프랑스혁명군이 패배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승리에 도취한 구세력들은 섣부르게도 성대한 음악으로 자축을 합니다. 1막 피날레의「테 데움」(축제 때 연주되는 라틴어 성가), 토스카가 부르는 2막의 칸타타가 바로 승리를 축하하는 음악입니다. 그러나 열세에 몰렸던 프랑스혁명군이 반격을 가하여 기적적으로 전세가 역전되고 최후의 승리는 프랑스에게 돌아갑니다. 오페라의 2막 중반부에서 카바라도시는 프랑스혁명군의 승리를 전해 듣고 벅차오르는 목소리로 승리를 외칩니다.
잔인한 줄거리, 그러나 주옥같은 노래들의 성찬
<토스카>의 성공 요인은 역시 음악입니다. <토스카>에는 푸치니의 다른 인기 오페라를 뛰어넘는 곡들이 줄지어 등장하지요. 제일 먼저 등장하는 곡이 1막의 '오묘한 조화'입니다. 교회에서 막달라 마리아의 초상화를 그리던 카바라도시가 그림의 모델인 후작부인과 연인인 토스카의 아름다움을 비교하며 부르는 서정적인 노래지요. 테너의 기량을 판가름할 수 있을 만큼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은 곡입니다.
2막에서는 〈토스카>의 대표 아리아라고 할 수 있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등장합니다. 토스카가 부르는 이 노래의 제목은 매우 낭만적이지만 사실은 절망에 빠진 여주인공이 토해내는 신에 대한 원망과 탄식입니다. 외로운 독백과도 같은 이 처절한 노래는,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서늘한 감동을 줍니다.
3막의 「별은 빛나건만」도 앞의 두 아리아 못지않게 인기가 많은 서정적인 아리아입니다. 카바라도시가 토스카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부르는 이 노래에는 사형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인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한 남자의 회한어린 심정이 절절이 담겨 있습니다.
아리아 외에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토스카와 스카르피아가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부분(2막)이 압권입니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이 장면에서 매우 긴박하고 격렬하게 연주되는 관현악이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금난새의 오페라 여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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