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

‘82년생 김지영’중에서

송담(松潭) 2017. 10. 11. 20:15

 

 ‘82년생 김지영중에서

 

 면접장에는 세 명씩 들어갔는데, 김지영 씨와 함께 면접을 본 두 사람도 또래의 여성들이었다. 세 사람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귀를 살짝 덮는 길이의 단발머리를 하고, 핑크빛 도는 립스틱을 바르고,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면접관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며 학창 시절에 대해, 눈에 띄는 경력에 대해 부연 질문을 하고, 다음으로는 회사에 대해, 업계 전망과 마케팅 방향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예상 가능한 질문들이라 세 사람 모두 무난하게 잘 대답해 냈다. 마지막으로 가장 끝자리에 말없이 앉아 고개만 끄덕이던 중년의 남자 이사가 물었다.

 

 “여러분이 거래처 미팅을 나갔단 말입니다. 그런데 거래처 상사가 자꾸 좀 그런 신체 접촉을 하는 겁니다. 괜히 어깨도 주물주물하고, 허벅지도 슬쩍슬쩍 만지고, ? 그런 거? 알죠?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김지영 씨부터..”

 

 김지영 씨는 바보같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도 안 될 것 같고 너무 정색하는 것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 같아 그 중간 정도로 답했다.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자료를 가지고 오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하겠습니다.”

 

 두 번째 면접자는 명백한 성희롱이며 그 자리에서 주의를 주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질문했던 이사가 눈썹을 한 번 올렸다 내리고는 파일에 뭔가 적었는데 괜히 김지영 씨가 움찔했다. 그리고 가장 오래 모범 답안을 고민했을 마지막 면접자가 대답했다.

 

 “제 옷차림이나 태도에 문제는 없었는지 돌아보고 상사분의 적절치 못한 행동을 유발한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습니다.”

 

 두 번째 면접자가 하! 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큰 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김지영 씨도 씁쓸했는데, 한편으로는 저런 대답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후회했고, 그런 자신이 한심했다.

 

 며칠 후 김지영 씨는 면접 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혹시 마지막 대답 때문이었을까 아무래도 아쉽고 궁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 인사과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담당자는 대답 하나가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면접관들과 잘 맞느냐의 문제라고, 우리 회사와 인연이 안 닿았던 모양이라고, 정해진 매뉴얼에 따른 듯하지만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해 주는 대답을 했다. 마음이 편안해진 김에 김지영 씨는 함께 면접을 봤던 두 사람의 합격 여부도 물었다. 다른 뜻은 없다. 앞으로 면접 준비할 때 참고하려고 한다 하자 그는 조금 망설이는 듯했다.

 

 “, 지금 정말 절박해요."

 

 김지영 씨의 말에 그는 두 사람도 합격자 명단에 없다고 답했다. 그랬구나. 김지영 씨는 왠지 기운이 쪽 빠졌다. 어차피 떨어질 텐데 하고 싶은 말이나 다 하고 나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개자식은 손모가지를 부러뜨려 놔야지! 그리고 당신도 문제야! 면접이랍시고 그딴 질문 하는 것도 성희롱이라고! 남자 지원자한테는 이런 질문 안 할 거 아냐?"

 

 혼자 거울을 보며 큰 소리로 하고 싶던 말들을 다 쏟아 냈지만 속이 시원해지지 않았다. 자다가도 억울하고 열이 올라서 이불을 몇 번이나 걷어찼다. 그 이후에도 숱하게 면접을 보았고, 종종 외모에 대한 지적이나 옷차림에 대한 저속한 농담을 들었고, 특정 신체 부위를 향한 음흉한 시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겪기도 했다. 취직은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졸업을 미룰까 지금이라도 휴학을 할까, 어학연수를 다녀올까, 별별 생각을 다 했는데 그러는 사이에 어영부영 가을 학기가 끝나고 진짜 졸업만 남았다.

 

조남주 / ‘82년생 김지영중에서

 

 다음은 인터넷에서 ‘82년생 김지영관련 글들을 가져왔습니다. (출처 생략)

 

 김지영씨는 30대 중반. 결혼해서 딸 하나가 있고 서울거주, 전세로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김지영씨는 홍보대행사를 다니다가 출산을 하면서 퇴사를 했고 남편 정대현씨도 IT업종이다 보니 늦는 일이 많았다. 이런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김지영씨에게 이상증상이 찾아온다. 이것은 치매도 아니고 해리증상도 아닌 출산후유증에서 육아후유증으로 넘어온 케이스. 김지영씨는 갑자기 남편의 대학교 친구가 되었다가 장모님이 되었다가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모른 채 가끔씩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주 다른 사람으로 빙의돼 맺힌 말을 하는 김지영씨를 보고 남편 정대현씨는 정신과 상담을 권유했고,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리포트처럼, 혹은 인간극장처럼 옮겨내었다.

 

 김지영씨는 공무원인 아버지, 농사일 조차도 하지 않았던 할아버지, 그리고 아이들을 봐준다고는 하지만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아들'만 격하게 아끼는 할머니와 생활력이 강한 엄마, 싫은건 싫다고 말하는 언니, 그리고 5살 아래의 남동생과 함께 자랐다. 김지영씨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성격은 아니었고 . 김지영씨를 주축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지만 책은 거슬러서 김지영씨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대까지 올라간다. 그러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남녀차별 속에서 살고 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느끼게 한다.

 

 홈런맘 처럼 엄마를 뜻하는 ''과 식충이나 무뇌충..이런 말처럼 벌레를 뜻하는 ''이 합해 '맘충'이라는 말이 나왔다. 자기 아이만 키우면서 몰상식하게 사는 엄마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김지영씨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집에 가다가 아이가 유모차에 자고 있어서 1500원 짜리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공원벤치에 앉아있었는데 30대 남자들이 한 말이다.

꿈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하루종일 아이만 보며, 아이한테 메여서 사는데 아이 자는 시간에 기껏 1500원짜리 커피도 마실 자격이 없는지.. 너무 화가나고 황당하고.. 어이없고.. 속상해진다.

 

 김지영씨 이야기가 내 이야기와 같은 것은 꼭 나이와 직업이 같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작년에 출산을 하고 곧 돌이 다가오는 시점이자 육아휴직의 끝이 보이는 상황이라 복직과 다른 일거리를 고민하고 있다. 아마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쭉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현실은.. 정말 처참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집안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파트타임을 찾아야했고 전일제근무는 꿈도 못 꾸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의사라는 전문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조차도 다를 게 없는데 나라고 크게 달라질까 생각하니 먹먹하고 눈물이 났다.나도 일 좋아하고, 일에 보람을 느끼고 해왔는데 이렇게 아이로 인해 육아로 인해 손을 놔야한다는 게 왠지 서글프다. 아마 남편들이 "당신마음 충분히 이해해"라고 한다고 해도 그 상실감을 전부 헤아리지는 못할 것이다.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 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와 어깨를 겨루는 새로운 개념이 있습니다젠더 감수성(Gender Sensibility)입니다. 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 등을 이해하기 위한 감수성을 뜻하는 말인데요IQ, EQ와 더불어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을 젠더지수 (gender quotient)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젠더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들도 많이 나오는데요,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통해서도 젠더지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작품 속, 낮은 젠더지수로 지영 씨를 힘들게 한 사람들..... 

 

 김지영 씨가 가장 먼저 겪은 차별은 할머니로부터의 차별이다. 할머니가 막내인 남동생을 아끼는 환경에서 자라나,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당연히 남자는 1번이 되는 학급 번호를 거친다. 남자부터 시작하는 학급 번호, 자연스럽게 남자부터 급식을 먹는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괴롭힘에 고통받지만, 선생님은 저 친구가 너를 좋아해서 그래.’라는 말로 이해를 강요한다. 그 후엔 김지영 씨가 자신을 좋아한다 착각한 남자의 스토킹으로 남자 공포증을 겪기도 하고, CC(Campus Couple)를 하다 헤어진 김지영 씨를 씹다 버린 껌이라고 표현하는 남자 선배들의 대화를 듣기도 한다. 여성에게 가혹한 취업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면접 질문을 받고 광고홍보대행사에 입사한다. 남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지만, 아이를 가진 후 바로 퇴사한다. 힘들게 아이를 키우지만 맘충소리를 듣는 그녀는 결국 정신병에 걸리고, 그녀 주변의 여성들에게 빙의하는 증상을 겪는다.

 

 '아들'을 우선시하는 과거 풍습, 그 때문에 김지영씨 엄마는 셋째가 딸이었을 때 지웠던 이야기, 혹시나 셋째가 딸이면 어떨것 같아? 라고 물었을 때 남편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던일..

예전에는 아들들 학교보내기 위해 딸들이 뒷바라지하며 공장을 다녔던 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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