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수필

부모의 유산

송담(松潭) 2017. 5. 19. 05:11

 

 

부모의 유산

 

  사진출처 : 이투데이

 

 

 

 

 세상에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주는 부모도 있고 거의 물려주지 않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형형색색이어서 재산을 많이 물려받고도 자립하지 못하고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거의 물려받지 않고도 자수성가하여 남에게 존경을 받는 자식도 있다.

 

 ‘부모 팔자 반 팔자라는 옛말이 있다. 부모 팔자가 좋으면 자식의 필자도 좋아서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상엔 부모의 유산을 넉넉히 받지 못한 사람은 너무나 많다. 어떤 사람은 몽당숟가락 하나도 받지 못하였다고 하며 어떤 사람은 낡은 박쥐우산 한 자루뿐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부모를 탓할 수만은 없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는 거의 없을 터이니 말이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는 황금을 한 광주리 가지고 있는 것이 자식에게 한 권의 경서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이 한 가지 재주를 가르쳐 주는 것만 못하다.’ 는 말이 전해 오는 까닭인지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식을 가르치기 위하여 온갖 희생을 감수한다. 부모들은 엄청난 학비를 부담하여 대학을 졸업시키고도 부족하여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보내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러한 교육열은 자기가 성취하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성취시킴으로써 대리만족을 얻고 한을 푸는 것이라고 풀이되기도 한다. 아무튼 부모들의 교육열은 거룩한 신앙이나 다름없다.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이고 더러는 최면에 걸린 수준이다.

 

 세상에는 부모의 재산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자식들이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모의 재산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자식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많은 동산이나 부동산을 받지는 않았더라도 양육과 교육을 받은 것은 일종의 재산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은 유형적인 것도 있지만 무형적인 것도 있다. 후자는 전자에 비하여 더욱 값진 경우가 많고 전자에 눈먼 자식들에게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진광(眞光)은 눈부시게 빛나지 않고 커다란 은혜는 은혜로 보이지 않고 값진 재물은 재물로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나는 부모님의 유형적 재산도 많이 받았지만 무형적 재산은 말할 수 없이 많이 받았다. 인고와 성실로 일관하여 맨 주먹으로 자수성가하신 부모님의 고귀한 일생은 어리석은 나에게 진심갈력(盡心竭力)’이라는 생활철학(가훈)을 물려주셨다. 부모님의 땀방울이 흠뻑 배어든 작은 유품들 대할 때마다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받는다. 위대한 부모님의 유산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자자손손의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진다.

 

지교헌 /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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