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수필

세심(洗心)

송담(松潭) 2017. 11. 10. 05:03

 

세심(洗心)

 

 

 

 나는 세심이란 말을 좋아하였다. ‘마음을 씻는다는 것은 사사로운 욕심과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증오하고 배척하는 마음을 모두 깨끗이 버린다는 것이니 일생의 좌우명이 될 만한 글귀였다. 나는 속리산 경업대(慶業臺)에 있는 세심문(洗心門)’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세심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석문이지만 그 석문을 지나가면 바로 세심정(洗心井)의 물을 마실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목을 축이기 위하여 물을 마시고 몸안의 수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물을 마시지만 나는 때 묻은 마음을 씻기 위하여 물을 마시고 싶었다. <장자>에는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이라는 말이 있으니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는 격언이 있다.

 

 

침묵과 미소

 

 

 사람이 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은 침묵이나 미소로 나타나기도 한다. 김유근이 글을 쓰고 김정희가 글씨로 쓴 것으로 알려진 묵소거사자찬’(默笑居士自讚)을 보면 마땅히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상황에 적절히 맞는 것이요 마당히 웃어야 할 때에 웃는 것은 중()을 얻는 것이다..... 말하지 아니해도 깨우친다면 어찌 침묵이 손상될 것이며 중을 얻어서 발한다면 어찌 웃음을 걱정하겠느냐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와 이제 권돈인과 황산 김유근이 수시로 만나서 학문을 주고받았는데 김유근이 실어증으로 말을 못하게 되어 침묵과 웃음으로 소통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디 언어는 부정확하고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하여 다 같은 말이라도 때와 장소와 말을 주고받는 당사자들의 정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차라리 침묵이나 미소가 진실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가 있다.

 

 

지교헌 / ‘그들의 인생철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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