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걱정의 이유

송담(松潭) 2017. 1. 21. 16:48

 

 

걱정의 이유

 

 

사진 출처 : brunch story

 

 

 부모에게 자식은 평생 철들지 않는 어린아이라지만, 도리어 자식은 부모님을 바라볼 때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작아진 어깨가 눈에 밟히는 순간이나, 예전에는 금방금방 해내시는 집안일을 힘겨워하는 어머니를 보며 가슴이 저릿해 올 때가 그렇다.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어디를 가든 반드시 건너야 하는 건널목이 있다. 여느 때처럼 어머니는 성당에 가신다고 고운 옷을 챙겨 입고 현관 앞에 서셨다.

 

아들, 엄마 간다.”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이 말을 하며 어머니 앞에 섰는데, 그날따라 혼자 집을 나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왜 그리 외로워 보이던지......

 

 어머니가 집을 나서고 난 뒤 들었던 생각은 집 앞 건널목을 잘 건너갈 수 있을까였다. 신호가 바뀌어도 차가 오지 않는지 예의 주시해야 할텐데 잘 살피고 건너실지, 어린아이를 혼자 보낸 것처럼 여러 가지 걱정이 들었다. 곧바로 아파트 베란다로 가 어머니가 건널목을 무사히 건너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머니의 걸음걸음을 주시하며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어르신들이 걷기에는 짧기만 한 신호가 애석하기까지 했다. 무사히 다 건너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고, 멍하니 그 자리에 오래도록 있었다.

 

 이런 걱정을 하게 될 줄이야. 세월이 슬펐다. 평생 아들에게 조심하라고, 몸조심하라고, 건널목을 건널 때 오는 차를 잘 보라며 걱정하셨는데, 이제는 이런 걱정을 내가 하고 있다니, 얼마나 이상한 기분이던지......

 

 평생 아들 걱정으로 노심초사했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무심코 나만 생각했던 지난날들에 하염없이 죄송스러웠다. 걱정하셨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잠시 동안 했던 걱정을 어머니는 평생 해 오셨을 텐데, 늘 옆에서 자식 걱정하며 마음을 졸이셨을 텐데. 하루 무사히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셨을 거고, 집을 나섰다가 아무 탈 없이 엄마, 아들 왔어요라는 목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텐데.

 

 늘 곁에 있지만 그 사랑과 걱정을 깨닫지 못한 채 나만 바라보며 달려왔던 시간이 떠올랐다. 이제는 내가 더 사랑해야 하는 시간이다. 이제 나를 위해 살아온 시간만큼 부모님께 정성을 다해 걱정하려 한다.

 

서로의 걱정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보내고

마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자.

함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손 한 번 더 꼭 잡아 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자.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전승환 / ‘나에게 고맙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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