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송담(松潭) 2016. 12. 22. 18:03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어느 유명한 사회심리학자가 그러더군.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성 간의 사랑은 그 가운데 가장 배타적이라고. 어쩌면 사랑이 두 사람을 단위로 한 이기주의일 수도 있다고.

 

 그 말을 곱씹어봤다. 사랑에 빠지면 우린 상대방을 독점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사랑에는 이기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규정만으로 사랑의 본질을 단언할 수 없다. 사랑만큼 복잡한 감정도 없다. 기질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보완하고 아끼는 마음도 사랑이며, 각자가 지닌 삶의 조각을 맞추거나 서로에게 맞춰지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 또한 사랑이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신촌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보다 확연히 느린 속도로 걷고 있었는데 두 분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새가 꽤 묘하게 보였다.

 

 난 유심히 지켜봤다. 키가 큰 할아버지는, 키가 작은 할머니가 두 걸음 정도 내딛는 모습을 확인한 뒤 찬찬히 한걸음 내디뎠다. 다리를 저는 할머니를 위해 미묘한 타이밍으로 보조를 맞추는 듯했다.

 

 노부부의 모습에 가슴 한쪽이 아릿해졌다. 별안간 나는 이런 생각에 휩싸였다. 상대보다 앞서 걸으며 손목을 끌어당기는 사랑도 가치가 있지만, 한 발 한 발 보조를 맞춰가며 뒤에서 따라가는 사랑이야말로 애틋하기 그지없다고. 아름답다고.

 

 그래,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이기주/ ‘언어의 온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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