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여행 떠난 당신

송담(松潭) 2015. 7. 14. 18:25

 

 

 

여행 떠난 당신

 

 

 

당신이 떠난 뒤

외국으로 이민 간 선배한테 엽서가 왔는데

당신의 안부를 묻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죽지 않았다는 것,

아직도 누군가에게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에

마음이 기뻤지만

왜 창자에 칼을 긋는 듯 저리고 아파올까요

 

그래, 당신은 지금 멀리 여행중이지요

아주 멀고 먼 긴 여행을 떠난 당신

이승에서는 만날 수 없는 여행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 둘이 만나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요

 

당신이 그립고, 내 마음이 허전하지만,

혼자 먹는 밥이 목에 잘 안 넘어가지만,

당신을 만나는 날까지

 

당신의 손 때 묻은 세탁기를 돌리고

당신의 체취가 묻은 밥 솥에 쌀을 앉히고

당신의 주방에서 얼쩡거리며

당신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사무치게 당신이 그립고

눈물이 날까요

당신은 혼자서

여행 떠난 것 뿐인데. 

 

이명흠 시집 여행 떠난 당신에게 부치는 편지중에서

 

 

 

< 독자 감상 >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는 은하수의 이별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이별, 왜 사랑은 떠난 후, 부재(不在)의 사랑이 찬란한 슬픔으로 승화되고 아름답게 빛나는가. 이루지 못한 사랑도 애절하지만 부부로 살다 이승에서의 이별은 너무도 애틋하다. 오죽하면 창자에 칼을 긋는 듯 저리고 아프다고 하였을까.

 

 동병상련(同病相憐)도 아닌데 나는 왜? 시인의 망부가(望婦歌)에 눈물짓는가. “당신의 손 때 묻은 세탁기를 돌리고, 당신의 체취가 묻은 밥 솥에 쌀을 앉히고, 당신의 주방에서 얼쩡거리며절규하는 시인은 무릇, 사랑하는 자들의 가슴을 사무치게 한다.

 

 비록 망자(亡者)에 대한 그리움도 그 바탕에 절절한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 사랑의 힘은 죽어도 죽지 않고 피눈물을 참아내며 함께 한다. 필시, 님은 여행을 떠난 것뿐이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 함께 가야할 그런 여행이다. 그래서 아직도 혼자 먹는 밥이 목에 잘 안 넘어가지만, 당신을 만나는 날까지시인은 이따금 소쩍새 울음을 토해 낼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있을 때 잘 해라는 이 말이 어찌 한갓 유행가 가사일 뿐인가. 사랑하라, 모름지기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