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보통 65세부터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와 가까운 친구들은 그런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 신체가 쇠약해지면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생각은 동물적이거나 생리적 관점이다. 신체적인 성장은 여자가 22세까지 이고, 남자는 24세까지라고 한다. 그 후부터는 서서히 하강하는 것이 신체적 과정이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 성인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누구나 늙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그런 한계가 없다.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후배 교수들이 회갑이 되었다고 말하면 ‘저 친구는 철도 들기 전에 회갑부터 맞이하네.’라고 생각한다. 나도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내 선배 교수인 정석해 선생이 한번은 나에게 “김 선생은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더라?”고 물었다 내가 “70대 중반입니다.”라고 했더니 “좋은 나이로구먼…….”하면서 부러워했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이라고 믿고 있다.
운동이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면 건강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 나에게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운동을 위한 운동은 운동선수들의 몫이다. 건강을 위한 건강은 목적이 없지 않는가. 나에게는 건강은 일을 위해 필수적이다. 일이 목적이고 건강은 수단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비교해보면서 누가 더 건강한가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누가 더 일을 많이 하는가 물으면 된다. 지금은 내가 가장 건강한 편이라고 믿고 있다. 내가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에게 있어서는 일이 건강의 비결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내가 아는 사람들과 존경하는 사람들의 생애를 살펴본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편이다. 건강해서 장수한다고 모두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생애를 조사해보면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건강도 유지했던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철학자 칸트는 80년을 살았다. 200년 전에 80까지 살았다면 장수한 셈이다. 그는 왜소하고 건강에 있어서는 열등생이었다. 산책 외에는 운동을 했다는 기록이 없다. 무엇이 그의 건강을 지탱했는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일이었다. 어떤 이들은 칸트를 나귀와 같이 많은 짐을 지고 살았다고 평한다. 그러나 그는 무거운 학문의 짐을 지고 80 평생을 건강하게 보냈다. 일이 건강을 유지해준 것이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하루에 몇 시간씩밖에 수면시간을 갖지 않았다. 정신적 일뿐 아니라 육체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90을 넘길 때까지 일에서 손을 놓은 일이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프랑스에 있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젊었을 때는 말할 필요도 없겠거니와 아프리카에 와서도 60년간 환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어 누구보다도 행복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건강이 일을 도왔는지 일이 건강을 도왔는지 묻고 싶은 생각을 해본다.
오직 내가 애기하고 싶은 것은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는 동안은 그 일 때문에, 또 일을 성취해나가는 기간에, 어떤 인간적 에너지 같은 것이 작용해 건강을 돕지 않았는가. 하는 좁은 경험에서 얻은 현실이다.
나는 지금도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상호작용을 한다고 믿고 있다. 젊었을 때는 신체적 건강이 건강을 이끌어주나, 나이 들면 정신적 책임이 신체적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스트레스의 경우라든지 노이로제의 문제 등은 더욱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합친 인간적인 건강도 인정해서 좋을 것 같다. 일을 사랑하고 위한다는 것은 인간적 과제에 속한다. 어떤 사명감을 갖고 산다든지 긍정적인 사고와 희망을 창출해내는 노력 같은 것은 인간 전체적 기능과 역할에 속한다고 보아 잘못이 아닐 것 같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사는 사람과 아무 목적도 없이 사는 사람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런 배경을 인정한다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해진다는 생각도 잘못은 아닐 것이다.
김형석 / ‘백년을 살다보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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