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소설

수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된 이유와 해결방법은?

송담(松潭) 2016. 8. 19. 18:09

 

 

 

수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된 이유와 해결방법은?

 

 

 

 

 “비정규직 문제, 그건 재벌 통제와 함께 이 나라 운명을 좌우할 2대 문젯거리야. 비정규직이 해마다 늘어나 이제 정규직과 거의 같은 수로, 전체 노동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이르렀어. 이건 절대로 말이 안 되는 거대한 사회적 사건이야. 자아 봐라, 똑같은 일을 하고도 월급을 절반이나 그 이하로 받는 불공평한 사태가 비정규직이라는 것 아니냐. 그런 말이 안 되는 제도가 언제부터 생긴 것이냐! 1997년 김영삼 정권 때 6.25 이후 최대 국난이라고 불리는 IMF 사태가 몰아닥친 때부터 아니냐. 나라가 망하게 된 그 사태 앞에서 긴급 처방으로 등장한 것이 비정규직이야. 나라를 구하고, 모두가 살아나야 했으니까 노동자도 합의하고, 국민도 동의한 것이었어. 그건 어디까지나 한시적이고, 급한 사태가 수습되면 환원한다는 대전제가 되어 있었으니까.

 

 실업자들은 산사태 나듯이 쏟아지면서 전에 듣도 보도 못한 노숙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어. 그런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국제통화기금 IMF는 우리를 구해준다고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국제금리보다 세 배나 더 많은 6.85퍼센트를 내라고 강요했고, 끝내 관철시켰어. 그 당시 미국 은행들의 이자나 국제 금리도 2퍼센트 정도인 상황이었어. 그러니까 IMF는 빈사상태에 빠진 환자의 혈관에다 대바늘을 꽂고 인정사정없이 피를 뽑아가는 국제적 흡열귀였던 거야. 그건 국제적으로 전무후무한 살인적 고리대금업이었어. 그때 IMF를 장악하고 있던 것이 미국과 일본의 자본이었지. 우리나라와 군사적 우방이라고 한 두 나라가 돈 앞에서 한 짓이 그래. 그래놓고 15년이 지난 후에 IMF 전 총재 칸이 우리나라에 와서 지난 한국의 사태 때 IMF의 고금리 정책은 너무 가혹했다고 인정했어. 뻔뻔스럽고 낯 뜨거운 행태지. 어쨌든 그때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중산층에서 하층민으로 전락하며 몸부림쳤어.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차량 과잉 경호로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되니까 대통령 차도 일반 신호를 지키는 게 좋다이런 내용의 발언을 할 정도로 그는 민주주의의 처녀성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이었어. 그래서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환원 추진이었지. 그런데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도 경제 세력들과 보수 언론의 전면적 방해에 부딪쳤던 그는 그때보다 더 강한 적들을 만나게 되었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환원은 바로 대기업 집단인 재벌들의 재산을 축나게 하는 것이었고, 재벌 회사들의 광고로 언론 권좌를 누리고 있는 보수 언론들은 순식간에 똘똘 뭉쳐 한덩어리가 됐어. 자본주의국가에서 그 두 세력의 일치단결은 대통령의 권한을 압도하는 거야. 대통령은 그 저항에 맞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절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지.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화 한다는 것이었어.

 

 그랬더니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 기업들 마다 잽싸게 한 짓이 110개월,11개월 된 비정규직들을 몰아내기 시작한 거야. 그리고 2년이 못 되게 재계약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어. 이런 기발한 꼼수를 짜내는 게 누군지 알아? 속칭 일류 대학 상대와 법대를 나오신 분들이야. 그런 악랄한 술수 앞에서 속수무책인 채 노무현 정권은 끝나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지.

 

 이병박은 애초에 비정규직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고, 재벌 기업에서 입신출세한 인물답게 대뜸 기업감세를 들고 나왔어. 대기업들에게 감세를 해주면 그 돈을 재투자해서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고, 그 일자리 창출로 청년실업이 해결되는 동시에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는 아주 그럴듯한 명분이었지. 그런데 어떻게 됐지? 대기업들은 감세 받아 누워서 벌어들인 그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계속 차곡차곡 쌓아두면서 더욱더 부자가 되어갔고, 그 신종 전경유착 속에서 이명박 정권은 끝났어. 그 대기업 감세란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한 일이 없는, 국제 조세 기류에도 정반대로 역행하는 국제적 망신이었던 거야.

 

 그런데 정권이 새로 바뀌었지만 비정규직 문제와 기업감세는 이명박 정권 때 그대로 답습하며 오늘에 이르렀어. 그러면서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 노동자들의 절반에 육박했고, 기업들이 감세로 축적해 재투자하지 않고 쌓아둔 돈은 몇 개월 전에 벌써 700조였어. 그 귀 아프게 들어온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 시대는 국가적 위기를 행해 치달아가고 있는 위기 상황이야.

 

 국민 전체의 안정된 삶을 위해서, 국가 전체의 평온한 경영을 위해서 더 이상 대기업을 과잉보호하는 경제정책은 없어져야 해. 그런 구시대적 발상을 과감히 청산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법의 이름으로 기업과 재벌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감시해야 돼. 우리 모두가 원하고 되기 바라는 선진국들 수준으로 엄정하게 세금을 물리면서 말이야. 그러면 비정규직들은 자연스럽게 정규직으로 환원되고, 그렇게 되면 IMF 사태로 무너진 중산층이 다시 복원되면서 경제는 생기 넘치게 화성화의 길로 달려가게 되어 있어.”

 

조정래 / ‘풀꽃도 꽃이다2’중에서 발췌.

 

* 위 글 제목 수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된 이유와 해결방법은?’독자가 임의로 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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