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불교
불교는 한때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갔지만, 9세기 이후부터는 힌두교에 밀리기 시작했고 11세기에는 이슬람의 침입과 함께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13세기 말이 되면서 불교는 인도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여러 분파로 나눠지며 티베트,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파되어갔다. 불교의 분파는 일반적으로 대승불교와 소승불교 그리고 금강승으로 구분된다. 그중 개인의 깊은 깨달음을 강조하는 소승불교는 동남아로 전파되었고, 대중들의 해탈을 고려하는 대승불교는 동북아시아로 전파되었다. 그리고 밀교적 형태를 가진 금강승은 티베트로 전파되었다. 티베트는 초기 불교의 모습과 부처의 가르침의 요체를 잘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되고 있다.
티베트에 불교를 전파한 인물은 파드마삼바바로, 8세기 티베트의 왕이 인도의 출가 수도승이었던 그를 티베트로 초대하면서 티베트불교가 시작되었다. 파드마삼바바는 108개의 경전을 썼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중 서양에 알려지면서 영향을 미친 것이 <티베트 사자의 서>다. 원래 제목은 티베트어로 ‘바르도 퇴돌’인데, ‘바르도’는 중간이나 사이를, ‘퇴돌’은 해탈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다음에 환생할 때까지 49일 정도를 삶과 죽음 사이인 바르도에서 보낸다. 이 책은 죽음의 순간에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사후 안내서이다. 파드마삼바바는 깊은 명상 속에서 이를 깨달은 후 이 책을 썼는데, 천기를 누설하는 내용이었던 까닭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비밀스러운 장소에 책을 숨겨둔다. 그리고 600년이 지나 이 책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실제로 1,400년 무렵에 발견되어서 티베트인들에게 널리 읽히게 되었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 따르면 죽은 이는 죽음이 찾아온 그 순간 빛을 보는 단계로 죽음의 과정을 체험한다. 우선 죽은 자는 매우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갖는데, 이때 평화로운 만다라나 분노하는 만다라를 만나게 되고 개인은 환희나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는 이러한 환희와 공포는 단지 자신의 마음에서 기인하는 환영일 뿐이므로 여기에 압도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만약 이러한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면 다시 윤회하게 되고, 이를 극복해내면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정치적 왕인 동시에 종교적 최고 지도자다. 달라이 라마는 개인의 이름은 아니고 정치, 종교 지도자의 세습명이다. 여기서 ‘달라이’는 큰 바다를 뜻하고 ‘라마’는 스승을 뜻하는 몽골어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는 14대 이고 1대부터 지금가지 한 명의 존재가 윤회를 반복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티베트에서는 높은 경지에 오른 수도승들이 해탈을 잠시 유예하고 중생들을 돕기 위해 세상에 다시 환생했다고 하는데 이 수도승들은 전생의 기억을 완전히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나는 특별한 존재를 살아있는 부처라는 뜻의 ‘툴쿠’ 혹은 ‘린포체’라고 한다. 달라이 라마도 그중 한 명으로, 티베트인들은 그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생각한다.
달라이 라마를 선출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권한과 권력을 자녀에게 세습하거나 특정 권력층에 이양하지 않는다. 전대의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서 다음 달라이 라마가 환생할 곳을 지목하면, 이후 신하들이 그 지역으로 가서 환생한 달라이 라마를 찾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때 환생자의 후보들에게 여러 물건 중에서 생전의 달라이 라마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물건들을 정교하게 고르는 시험을 진행함으로서 실제로 환생인지를 검증한다.
현재의 14대 달라이 라마의 본명은 텐진 갸초로, 1950년대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 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함에 따라 인도로 망명했다. 다람살라 지역에 임시정부를 세우고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독립운동의 방법으로써 비폭력 노선을 견지하고 있어서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티베트 내에서 중국의 감시와 검열로 달라이 라마를 지지하거나 언급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에서의 정신적인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한다.
채사장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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