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위로...
슬픈 눈동자에
눈부처로 남아있을
그들의 꽃다운
자식들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함께
비를 맞고 싶다.
눈부처가 무엇인가
눈동자에 비쳐진 형상이다.
우리들의 눈동자엔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들어 있다.
부모의 눈동자 속에 비쳐진 자식이
바로 눈부처다.
세월호 부모들의 슬픈 눈에는
꽃다운 자식들이 영원히
눈부처로 남아 있다.
- 2016.4.16 세월호 2주기를 맞으며, 송담 -
눈부처 / 정호승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피해자의 시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조금 지났지만 벌써 지겹다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기까지는 첫 피해자가 확인되고 나서 5년이 걸렸다.
가해자의 시간과 피해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중력이 시공간을 끌어당기듯 죽음이 끌어당긴 고통의 시간은 길고 무겁고 어둡다. 숨지고 다친 이들과 그 가족들이 보내야 하는 시간의 무게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온 사회가 나서서 그 시간을 함께 살아가려 할 때에 지옥의 시간은 줄어들고 공동체는 해법을 얻는다.
피해자는 늘 약자다. 강자는 결코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누구의 편인가다. 정부가 힘 있고 돈 있는 자들 곁에 설 때 역사는 거짓의 편이 된다. 사람의 목숨값이 너무 싸다고들 한다. 정부를 진실의 편으로 만들고 사람의 생명이 그 자체로 대접받게 하는 것은 시민의 일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시간을 견뎌내는 이들 곁에 서주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구정은/국제부장(2016.5.9. 경향신문 칼럼 ‘피해자의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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