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그리고 나, 행복한 우리 가족
광고, 잡지, 영화, 드라마 등에서 보여 주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거나 기껏해야 핵가족에 조부모가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다. 행복한 가족의 전형으로 소개되고 찬양되는 가족의 모습에는 거의 언제나 가족을 위해 과일을 깎는 어머니와 신문이나 TV를 보는 아버지, 그리고 그 곁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광경은 많은 사람들에게 온화함, 행복, 정서적 안정, 물질적 풍요 등의 이미지를 주며, 동시에 가부장적 문화를 암묵적으로 내재화시킨다. 또 낭만적 사랑의 결실을 결혼으로 상정하고, 그 길을 통해서만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신화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신화가 얼마나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산출되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말자고 사회적인 약속이 되어 있는 용어 중에 ‘편부모 가족’, ‘결손 가족’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는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정상 가족이고, 부모 중 하나 혹은 둘 모두가 없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절대적으로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아직 보살핌과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의 아이들에게 그것을 줄 부모가 없다는 것은 그 아이의 성장과 관련하여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상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아이의 인생이 전적으로 불행해질 것이라 예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이지만, 그 관심과 사랑이 반드시 생물학적 부모가 주는 것이어야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서만, 그리고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서만 사랑과 친밀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사실 대단한 착각이다. 한부모 가족,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조손 가족, 그 밖의 다양한 대안 가족들에서도 나름대로 행복이 창출될 수 있으며, 혈연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친밀성은 얼마든지 생성되고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세서리아/성신여대 교육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사랑과 결혼과 가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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