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소설

무엇이 성공인가

송담(松潭) 2015. 1. 14. 12:22

 

무엇이 성공인가

 

 

 

 빌 게이츠는 이미 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 대로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입니다. 그런데 그는 부를 혼자 갖지 않고 미국인만이 아니라 세계인의 건강을 위한 재단을 만들어 어마어마한 돈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그는 참다운 부자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의 통큰 행위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궁금해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려는 듯 많은 기자들이 그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꾸준한 독서는 하버드 대학 졸업장보다 낫다.” 이 대답은 언뜻 들으면 동문서답처럼 엉뚱한 것 같기도 하고, 선문답처럼 너무 비약이 심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속뜻을 찬찬히 뜯어보면, ‘여러 가지 책들을 꾸준히 읽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되고, 실천한 것이다.’하는 뜻인 것입니다. 그 여러 가지 책들이란 다름 아닌 인문학 서적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빌 게이츠는 막대한 재산만 만인을 위해 내놓은 것이 아닙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뽑히는 영광을 안은 부시가 미국을 수치스럽게 만든 부자감세를 외치고 나섰을 때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 바로 빌 게이츠입니다. “부자들은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대통령에 맞서서 빌 게이츠가 외친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그를 응원하고 나선 또 하나의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워런 버핏입니다. 그는 빌 게이츠와 함께 부자감세를 반대할 뿐만아니라 아들뻘밖에 안 되는 빌 게이츠 재단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젊은 빌 게이츠를 그만큼 믿는다는 신뢰의 표현입니다.

 

 그런 미국의 부자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어떻습니까? 지난 이명박 정권이 부시 정권을 흉내내 부자감세를 실시했을 때 빌 게이츠 같은 부자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국의 부자들은 침묵의 환호 속에 더욱 부자가 되었을 뿐, 어느 기업에나 문젯거리로 쌓여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혐으리로 재판을 받아 유죄 판결을 받고, 그 면피용으로 사회를 향해 얼마를 환원하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날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흐지부지 뭉개버립니다. 그들과 광고로 연결되어 있는 언론들은 그 문제를 다시 언급하지 않고, 나날을 살기에 바쁜 대중들은 세월따라 그런 문제를 잊어버리게 되고, 더러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해도 사회적으로 아무 힘이 없어 어찌할 방법 없이 속수무책입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그런 식으로 야비하고 탐욕적으로 살면서도 세상이 자기네들을 존경하지 않고 불신만 한다고 불평들을 합니다. 그들의 눈에는 빌 게이츠도 워런 버핏도 전혀 안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부자들과 한국의 부자들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그건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첫째는 미국 사회의 전통입니다. 미국에는 오래전부터 큰 부자들이 거대한 재단을 만들어 순수한 사회공헌을 해온 전통이 있습니다. 카네기, 록펠러,하워드 휴즈 같은 부자들이 그 대표적인 인물 들입니다. 그들은 사회 전체를 위해 큰 재산을 두고두고 쓰게 함으로써 돈의 참다운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바르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세상 사람들이 배우게 했고,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경을 받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미국의 부자들이 인문한적 소양을 충실히 갖추어가며 사업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많은 책을 읽음으로써 인생은 유한하며, 돈은 죽어서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지극히 평험한 진리를 철저하게 육화시키고, 그리고 실천한다는 진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시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나라로 그 지배력을 70년 넘게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은 단순히 군사력만 강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은 세계의 발명특허 75퍼센트 이상을 보유하고 있음과 동시에 부자들이 그런 사회적 공헌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국가의 저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업인들의 인문학적 소양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그나마 인간적 자본주의로 유지해 나아가는 절대적 힘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나 남다른 성공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누구나 바라는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제각기 기준이 다르겠지만, 인문한적인 견해로 보자면 성공한 인생은 이렇습니다.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고, 그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해나가고, 그리고 사는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노년을 맞는다면 그건 참으로 성공한 인생입니다. 이 기준에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이 자아 만족입니다.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며 행복을 느꼈으면 그 인생은 틀림없이 성공한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나를 남과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나고, 나의 주인은 나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가장 귀중한 보배는 여러분들 자신입니다. 나의 존귀함을 그 누구로부터도 침해받기를 원치 않을 때 남의 존귀함도 같은 밀도와 강도로 인정하고 존중하게 됩니다. 그것이 인간본위 사회의 바탕이 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성공 역시 돈의 액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돈은 삶의 수단으로써 소중한 것이되 내 머리 위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나 여러분의 발아래 두고 충직한 종으로 부리십시오. 그럴 수 있는 힘은 인문학 서적을 꾸준히 읽는 속에서 길러지게 됩니다. 책을 벗삼으면 그 벗들은 여러분의 인생길을 틀림없이 밝고 행복하게 열어줄 것입니다.

 

조정래의 시선중에서

 

위 글 제목 ‘무엇이 성공인가는 독자가 임의로 정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