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과 ‘부부의 날’에 대하여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가정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이 들어 있고, 스승의 날(15일)과 성년의 날(16일)도 들어 있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조직체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은 가정을 통하여 출생하고 양육되고 성장하며, 국가나 사회의 제도적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기 전에는 가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가정교육을 통하여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기초적인 소양을 습득한다. 이리하여 사람의 인품이 원만하게 보일 때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고 인정되기 쉽고 인품이 원만하게 보이지 못할 때는 가정교육을 잘 받지 못한 것으로 인정되기 쉽다. 이 때 가정교육의 중심체는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들의 행동이 비판을 받을 때에는 그 부모도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지로 부모의 언행이나 가치관이나 생활습관은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외디푸스 콤플렉스나 일렉트라 콤플렉스와 같은 교육심리학적 이론도 있지만 대체로 아들은 아버지를 많이 모방하고 딸은 어머니를 많이 모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성품은 대개 6세 이전에 그 기초가 형성된다는 견해에 비추어 보면 부모의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 짐작할만하다.
자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부모는 자녀들과의 관계 이전에 먼저 부부라는 관계를 가지고 생활한다. 이러한 부부의 관계를 기독교에서는 대략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이브는 아담을 돕는 배필이다.
하나님은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여
그것으로 여자를 만들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주었다.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고 하였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룬다
(<구약성서>창세기 2:20-24 참조).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같이 하고
아내도 그 남편을 경외하라
(<신약성서>에베소서 5:22-33 참조).
여기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것은 부부가 일심동체(一心同體)를 이룬다는 것인데 분명히 사람은 두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두 사람이 마음을 한 가지로 하고 서로 이기심을 버리고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부의 윤리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부라는 두 사람은 서로 성장배경이나 생활환경이나 교육수준이나 가치관이나 취미나 성격이나 많은 차이를 가지고 부부라는 특수한 관계를 맺기 때문에 개체적으로 드러난 그 차이는 갈등으로 발전하기 쉬운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부가 서로 멸시하거나 증오하거나 언쟁하거나 폭력으로 다투거나 심지어는 이혼하기도 하였고, 특히 남성우위의 전근대적 불문율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일부 지역과 사회에서는 남편에게 부당한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사는 아내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며, 따라서 부부의 화합이 주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원만하고 행복하고 이상적인 부부관계를 위한 여러 가지 내용의 ‘부부계명’이 대중매체를 통하여 널리 퍼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부부계명’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자가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천생연분을 인정하라.
상대방에게 일을 맡겨두어라. 상대방의 판단을 인정하고 존중하라.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장점을 인정하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함부로 끼어들거나 화내지 말라.
대답할 여지가 있도록 질문하라.
낙천적인 사람이 되라. 상대방의 처지와 고충과 고통을 이해하라.
상대방의 팬이 되라. 칭찬하라. ‘혼인서약’을 상기하라.
함께 식사하라. 함께 외출하라. 함께 여행하라.
기념일을 기억하라. 편지를 써라.
취미를 함께 하라. 일을 도우라.
오늘날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남녀의 학벌이나 경제력이나 사회적 적응능력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거리는 좁아지고 있다. 이제 한국의 경우에도 여자의 교육수준이 남자의 교육수준을 앞지르는 단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과거처럼 남자가 우월하게 인정되던 시대는 지나고 거의 평준화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부창부수’(夫唱婦隨)나 아내가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순종하는 시대는 거의 사라진 셈이다. ‘남녀평등’이라는 용어 대신에 ‘양성평등’(兩性平等)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아무튼 부부는 화합해야 한다. 화합의 비결은 위에서 소개한 ‘부부계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부부의 화합은 자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화합하지 못하여 갈등하면 자녀는 정서가 불안하고 인격형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고 ‘부부’라는 인간관계에 대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편견이 형성되어 장차 자녀가 가정을 이루는 데도 역기능을 초래하게 된다.
부부는 서로의 의무와 과업을 인식하고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부부의 의무와 과업은 모든 가정에서 저절로 우연히 깨달아지거나 습득되거나 수행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권위 있는 기관에서 ‘남편교육’이나 ‘아내교육’이나 ‘부모교육’을 받는 것도 긴요하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서도 종교단체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에서 ‘부부학교’와 ‘부모학교’의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교육이 바로 개인을 행복하게 하고, 훌륭한 가정을 건설하고, 자녀들을 성공시키고, 국가사회를 발전시키는 비결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때로 ‘군자의 도리는 부부관계에서 비롯된다’ (君子之道 造端乎夫婦. <중용>12장)라는 말을 깊이 음미할만하다. 인간의 도리는 가장 가까운 부부의 도리에서 출발하여 부모와 자녀로, 형제로, 이웃으로, 사회로, 국가로, 세계로 확대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부부의 날’을 특별히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 교 헌
△성균관대 문학석사·철학박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대학원) 명예교수
글 출처 : http://blog.daum.net/d424902fool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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