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자존심과 자긍심

송담(松潭) 2013. 12. 21. 10:34

 

 

자존심과 자긍심

 

 

 

 자존심은 남들에게서 자신에 대한 존중을 얻으려는 마음이다. 남들의 시선 앞에서 자신의 강점을, 자랑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런 방식으로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존심은 자의식의 다른 형태다.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근심하는 것, 그게 자의식이다. 그렇기에 자존심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 하며, 그것이 드러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만약 그게 드러난다 싶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

 

 반면 자긍심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긍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남이 아닌 자신의 시선, 자신의 척도에 스스로 비추어 본다. 남의 인정을 구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확신하는 것,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에 비추어 자신이 잘 했는지,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삶에 긍지를 가진 이라면, 가난을 감추고자 하지도 않을 것이며, 가난이 드러난다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한 것의 일부이고, 자신이 긍정하려는 것이니까. 왜 그런 식으로 사느냐고 누가 물으면, 굳이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누가 오해할까 걱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존심은 약한 자들이 자신의 약함을 가리기 위한 방어기제고, 자긍심이 강한 자들은 스스로 갖고 있는 힘에 대한 긍정이다. 그렇기에 자존심은 남 얘기에 귀를 쫑긋 세우지만, 남의 비판에는 귀가 닫혀 있고, 자긍심은 남 얘기에 귀를 세우지 않지만 남의 비판에는 열려 있다. 자존심은 항상 남들에게 자신을 설명하고 변명하려 하지만, 자긍심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약한 자,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자는 한 번의 큰 흔들림이나 의심만으로도 붕괴할 수 있지만, 강한 자, 스스로 확신하는 자는 어떤 흔들림이나 의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 앞에 자신을 세우려는 자는 작은 비판도 받아치고 반박해야 하지만, 스스로 확신하는 자는 근본적인 비판이나 의심조차 진지하게 검토하고 받아드릴 수 있다.

 

 

이진경 / ‘삶을 위한 철학수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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