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과학의 딜레마, 가치중립성

송담(松潭) 2013. 11. 17. 21:11

 

과학의 딜레마, 가치중립성

 

 

 

 

 과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과학의 가치중립성 문제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원자폭탄의 제조, 맨해튼 프로젝트때문이었다. 원자폭탄을 일본의 두 도시에 투하하지 않았다면 전쟁이 더 오래 지속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 모른다는 의견과 별개로, 그 폭탄의 가공할 위력과 후유증은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흔들어놓았다.

 

 과학의 가치중립성은 객관적인 사실만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그에 대해 가치를 판단하는 주관성을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막스 베버였다. 그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세계관 혹은 가치관이 사회과학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했다.

 

 달리 말하자면 과학은 참과 거짓을 다루는 인식론적 판단일 뿐 선과 악의 도덕적 판단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문제는 윤리의 문제가 아니며, 윤리는 가치철학의 문제이지 경험과학의 방법론이 될 수도, 그 판단의 기준도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분명히 가치중립성은 과학에 있어서 포기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다. 중세 유럽의 교회가 지동설을 부정하고 억압한 것은 대표적인 가치중립성의 부정이다. 더 나아가 동양의 근대성을 저해한 것도 당시의 의식구조와 세계관이 과학의 독립적인 가치중립성을 인정하지 않은 까닭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타당하다.

 

 과학이 당당하게 독립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분명히 가치중립성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과학은 가치중립성이라는 옹성 안에서 안전하게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과학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과학적 이론도 당대의 정신과 주류 체계 속에서 성립되는 것이다.

 

김경집 / ‘인문학은 밥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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