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마음
긍정적인 마음이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결과에 좋은 영향을 준다. 뼈, 인대, 근육, 연골 등의 외상이나 질병을 치료하는 정형외과 의사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질병 이전의 유전·비만·감염·스트레스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고쳐먹고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치료가 더디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고(思考)가 잘못되면 사고(事故)난다. 생각을 바꾸어 습관, 체질을 바꾸면 유전병도 치료가 가능하리라 본다. 음식에 두드러기가 없다가 생기기도 하고, 있던 것도 없어지듯이 말이다. 그러나 사고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어떤 환자는 초기 무릎 관절염의 악화를 막기 위해 살을 빼야 되는데 평생 길들어진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기 힘들어 한다.
습관을 고치는 것은 곧 마음을 고치는 것이다. 성경에도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라고 기록되어 있고, 불경에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비슷한 뜻의 구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은 뇌에 있는 것일까, 심장에 있는 것일까? 철학적으로 히포크라테스는 처음으로 마음이 뇌로부터 나온다고 했으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이 심장으로부터 나온다 했다. 플라톤은 인격과 지성은 뇌에, 두려움과 분노·용기는 간에, 욕망·탐욕은 위장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마음은 뇌의 신경 작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뇌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밝혀지고 나면서부터다.
행복한(긍정적) 생각은 기쁨, 흥분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우울한(부정적) 생각은 펩티드를 분비시켜 신체에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가짜 약을 진통제라 믿고 먹으면 뇌에서 진짜 약으로 받아들여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된다. 같은 방법으로, ‘나는 아프지 않다, 괴롭지 않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비관적 사고보다 뇌에 있는 마약 체계를 효율적으로 자극해서 우리 몸을 각종 질병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나쁜 생각이 몸을 버리게 한다. 생각은 직접적으로 건강, 습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뇌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보건기구에서 1948년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 상태를 건강이라고 정의했는데 최근 2005년께 영적 건강을 추가했다. 영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바로 ‘올바른 삶의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한번 형성된 뇌는 변할 수 있는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뇌는 기능별로 철저하게 구획돼 있으며,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일상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자기공명영상(MRI)과 뇌파를 이용한 연구에서 명상과 몰입으로 뇌의 활동을 바꿀 수 있다(즉 마음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뇌는 편하고 익숙한 길(습관)로만 가려고 한다. 반대로 뇌는 자극하고 사용할수록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자극받은 방향으로 계속 강화되고 활성화된다.
악순환 구조를 없애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 기도, 명상 등을 통한 의식적 노력이 뇌에 새로운 회로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생각이 바뀌면 몸도 바뀐다.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태도, 습관이 형성돼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인생길을 여행할 수 있다. 생각을 바꾸려면 뇌에 좋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자극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된다.
조상권 / 하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과장
(2012.11.1.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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