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외도 / 진화생물학적 관점

송담(松潭) 2012. 3. 21. 16:31

 

 

외도 / 진화생물학적 관점

 

 

 

 흔히 결혼을 두고 인생의 무덤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한 사람만 보고 평생을 살아나가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니, 따분하고 지루한 계약관계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유부남, 유부녀들이 외도를 하고 그로 인해 파경을 맞기도 한다.

 

 그런데 여자의 외도는 어찌 보면 남자의 외도보다 무섭다. 남자는 충동적으로 외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는 오래 생각한 후에 큰 맘 먹고 외도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고심 끝의 외도라면 남편에게는 마음이 많이 돌아선 상태일 것이고, 애인에게는 이미 깊은 사랑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남자의 외도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경우가 많지만, 여자의 외도는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중대한 로맨스일 확률이 높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도 남자의 외도와 여자의 외도는 많이 다르다. 남자는 유전자를 퍼드리기 위해 많은 여자와 성관계를 맺느라 외도를 한다지만, 여자는 단순히 좋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외도하는 것이 아니다.

 

 석기시대에 동굴에 사는 한 부부를 떠올려보자. 남자는 오늘 토끼를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얼마 안 되지만 이걸 아내에게 가져가면 좋아하겠지. 오늘 하루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거야.’ 늦은 오후까지 사냥을 하느라 피곤했지만 남자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런데 말이지, 내가 이렇게 고생스럽게 사냥을 해서 집으로 가는데, 그 애가 내 애가 아니면 어떠지?

 

 한편 여자는 동굴에서 토기를 빚으며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이렇게까지 늦은 적은 없었는데, 여자는 남편이 걱정된다. 혹시 맹수에게 잡아먹힌 건 아닐까? 토끼를 쫓다가 절벽에서 떨어진 건 아닐까? 그러다가 점점 다른 쪽으로 생각이 빠져든다. 혹시 다른 여자하고 놀다 오는 건 아닐까? 그 여자에게 토끼를 갖다주고 섹스를 하는 건 아닐까? 그러면 나는 오늘 쫄쫄 굶게 될 텐데.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늦게 돌아온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건 아니나 다를까 토끼 한 마리 뿐. 그러면 여자는 확신하게 된다. ‘두 마리를 잡아다가 한 마리를 다른 곳에 주고 온 게 분명해이제 여자는 마냥 남편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신에게 토끼를 갖다 줄 다른 남자를 유혹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야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토끼를 갖다 주거나 사냥에서 허탕을 친다 해도 여자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말하자면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다. 이렇게 여자의 외도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여자들이 왜 전화기가 꺼져 있지?’ 잠시 전화만 안 되어도 의심하고. ‘오늘 하루 종일 뭐 했어?’하고 바가지를 긁는 게 모두 내 남편과 자식을 지키고 싶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니. 그래서인지 어딘가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다 하고 느끼는 직관도 대부분 맞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감각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상대인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자의 행동이 조금만 이상해도 남자는 금세 눈치를 챈다. 연구 결과를 보아도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연인의 외도를 빨리 정확하게 알아 차린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남자의 불륜 탐지기가 여자보다 더 발달하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자가 외도를 하면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여자는 아이를 뱃속에 품으니 자연스럽게 자기 아이인 것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남자는 사실 누구의 애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다른 남자의 아이를 키워낸 건 남자들에게 끔직한 악몽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남자들 중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자기도 모르게 다른 남자의 아이를 키운다는 극단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곽금주 / ‘도대체, 사랑중에서

 

* 위 글 제목 외도/진화생물학적 관점은 독자가 임의로 정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