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공감을 통한 가치 있는 삶을

송담(松潭) 2011. 12. 14. 17:08

 

 

공감을 통한 가치 있는 삶을

 

 

 

 최근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인 뇌과학이나 신경심리학은 가치가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하나둘씩 밝혀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s)가 가진 공감 능력의 발견이지요. 펜실베니아 대학 경영학 교수이자 세계적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한 제레미 리프킨(1945~ )공감의 시대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영장류에서 발견되는 거울 신경세포가 원숭이가 보는 대로 흉내 내는 것처럼 그저 모방 행동을 촉진하는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1996년에 이탈리아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1937~ )와 동료들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거울 신경세포가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 그리고 감정을 마치 자기의 것처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사이언스>에 발표함으로써 학계에 돌풍을 일으켰지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들은 상대방의 고통을 보았을 때, 뇌 안에 있는 거울 신경세포가 통증을 유발하는 감정 중추를 자극해 마치 자신이 그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된다는 겁니다.

   

 그 후 거울 신경세포에 대한 연구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를 통해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과학자들은 거울 신경세포가 고통뿐만 아니라 행복, 수치심, 당혹감, 죄의식, 자부심과 같은 훨씬 복잡한 사회적 정서에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공감 신경세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마치 소리굽쇠가 옆에 있는 다른 소리굽쇠의 진동에 공명하여 동일한 진동수의 소리를 내는 것처럼, 또 어린아이가 다른 아이가 울면 덩달아 우는 것처럼,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신경세포라는 의미이지요.

 

  워털루 대학 철학 교수이자 인지과학자인 폴 새가드는 <뇌와 삶의 의미>에서 거울 신경세포가 가진 윤리학적 함의를 간단히 정리했는데, 남을 해치는 것을 금지하고 남을 돕는 것을 권장하는 윤리적 규범이 모든 인종과 문화에서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이 정서적 공명(affective resonance)’때문이라는 겁니다. 누군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윤리적 규범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상대방의 고통과 기쁨에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거울 신경세포를 뇌속에 갖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 규범이 생겨났다는 말이지요, 거울 신경세포는 결국 우리가 왜 세상에서 고통을 줄이고 기쁨을 늘리는 가치있는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제시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스스로 자기를 던져야 할 가치 있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능력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간단히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치 있게 산다고 해서 당장 모든 것을 그만두고 인도에 가서 테레사 수녀같이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평화를 위한 투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국제 원조 확충, 양심수 석방을 위한 노력, 원자력 발전소와 핵무기 폐기를 위한 운동같이 뭔가 대단한 일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지요, 물론 언젠가 그런 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당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요구하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김용규 /‘철학카페에서 시읽기중에서

 

* 위글 제목 공감을 통한 가치 있는 삶을은 독자가 임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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