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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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유난이도 길었다. 봄이 이렇게 더디게 오니 아름다운 강산 대한민국의 춘하추동(春夏秋冬)은 이제 여름과 겨울만이 있는 하하동동(夏夏冬冬)으로 변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엊그제의 혹한과 동토의 시린 기억은 봄의 전령사 꽃들의 향연으로 벌써 기억의 저편에 서 있으니, 단 며칠 사이에 지구와 태양이 그토록 가까운 사이로 변했는지 자연의 변덕 또한 인간 못지않다.
지금은, 잎보다 꽃을 먼저 내민 매화 목련이 지고 벚꽃마저 바람에 흩날리며 꽃비를 내리고 있다. 불타는 영취산 진달래는 지고, 일림, 제암산 철쭉들이 남해바다의 간지러운 해풍을 맞으며 붉은 기운을 밀봉한 채 아직은 묵묵히 화려한 오월의 축제를 기다리고 있다.
바야흐로 사방천지에 꽃은 피고, 강을 따라 꽃도 흐르고, 모두들 꽃밭에 묻혀 웃고 노래하고.... 꽃보다 더 아우성인 사람들의 향연이 세상의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봄에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대 마음에도 꽃이 피어있는가?’
계절은 화사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에 꽃이 피어있는가가 문제다. 봄은 왔어도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마음의 동토’에서 애잔해 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인데 그들의 마음에 진정 꽃이 피어있다고 볼 수 없다. 생이 고단하고 힘들어 마음에 꽃을 피우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며, 모두가 공평무사하고 다 같이 행복하지 못한 세상의 한켠에 응어리진 아픔을 가진 자들 역시 마음의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의 주변에 이런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내 맘 속에 핀 꽃은 절반의 기쁨이 되고 만다. 누군가와 아픔을 같이 한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이라 했는데 나는 이 봄에 그들과 공감과 연대의 비를 함께 맞고 싶다. 나홀로 아름답고 나홀로 꽃의 기쁨에 젖고 싶지 않다. 나의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에도 조속히 행복한 꽃이 피어야 나도 더불어 행복할 것 같다.
내 마음에 꽃을 피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무슨 꽃을 피우며 누구를 위해 꽃을 피워야 하는지도 중요하다. 시인 김춘수는 이렇게 노래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김춘수의 ‘꽃’중에서>
우리가 마음에 꽃을 피워야하는 이유를 시인은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해 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님을 부를 때, 님은 바로 아름다운 꽃이 되어 나를 감싸 안고 눈부시게 한다. 사랑하는 당신, 그대가 바로 나의 꽃이다. 나 역시 그대에게 아름다운 꽃이 되리니,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그대를 웃게하고 행복하게 해 줄 꽃이어야 한다. 자연에서 피는 꽃은 그다지 긴 시간을 향유하지 못하고 이내 시들지만 마음속에 피운 꽃은 영원한 이데아로 남는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자기만의 착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세상의 아름다운 꽃이어야 한다.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원한과 가시를 숨기고 있는 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그런 꽃, 만나면 행복하고 언제나 가슴 뿌듯하게 서로를 감싸줄 그런 꽃이 되어야 한다. 오늘처럼 바람이 잔잔하여 비단같이 부드럽고 포근한 봄, 꽃보다 더 아름다운 당신이여! 마음속의 꽃을 피어주세요.
< 201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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