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위기

송담(松潭) 2008. 12. 2. 10:12

 

탐욕과 위기

 

 

유사 이래 요즘처럼 지구촌이란 단어가 실감나는 시기는 없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유럽이나 아시아 가릴 것 없이 온 세상을 덮치고 있다. 마치 집들이 촘촘히 붙어있는 마을의 한가운데 큰 집에서 일어난 불길이 온 마을로 순식간에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고스란히 앉아서 당할 뿐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다.

 

언제부터인가 ‘개방이다 세계화다’ 하며 집집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담장을 모두 헐어버린 덕택에 화마는 예외없이 휩쓸고 있다. 지금 주민들은 온통 자신의 집 불 끄기에 난리가 아니다. 진화작업과 함께 그들은 고민도 함께하고 있다. 불은 왜 났는지 회의도 하고 온 마을로 번졌는지 세미나도 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다.

 

금융대란인만큼 원인은 금융 때문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냈다.

애초에 금융이라는 것은 예금과 대출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간단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극도로 팽창하면서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각종 첨단 금융상품이 생산됐고 시장은 급속히 커졌다. 금융은 황금알을 낳는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전 세계적 각광을 받았다. 모두가 달려들었다.

 

문제는 금융이 실물경제와 유기적 거리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데 부나비처럼 오로지 수익성만 좇다가 저 혼자 너무 멀리 나가 버렸다. 실물은 뒤처졌고 결국 연체와 건전성 악화의 덫에 걸려 이 지경이 됐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리고 시장을 방치해서 이 꼴이 됐다며 감독과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다 ‘돈’ 때문이다.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를 집필한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금융위기는 계속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라고 말했다. 그 꽃은 돈, 그 물신(物神)을 숭배하는 인간의 탐욕을 자양분으로 자란다.

그래서 인간은 안된다. 뭘 동원해도 재앙은 되풀이된다.

 

기현호 / 경제부장

(2008.12.2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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