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地代·rent)란?

송담(松潭) 2007. 11. 23. 23:12

 

 

지대(地代·rent)란? 

 

 

불모지로 방치되던 땅에 공장이 세워져서 토지 사용에 대한 대가, 즉 임대료를 받는다고 합시다. 땅 주인의 입장에서는 원래 불모지였기 때문에 임대료의 수준이 0원에 가까울 경우라도 기꺼이 토지 사용을 허락할 것입니다. 만일 임대료가 100만원이라고 한다면 이 임대료는 땅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추가적으로 주어지는 소득으로 볼 수 있죠. 이런 추가 소득 부분을 지대라고 합니다. 경제적 지대는 이러한 지대의 개념을 일반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대 추구 행동(rent seeking behavior)이라는 것은 공급을 제한하거나 비탄력적으로 만들어서 경제적 지대를 얻으려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신약 개발이나 새로운 상품 개발, 시장 개척 등은 경제적 지대를 얻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직업의 자격이나 사업자의 수를 제한하는 것도 지대 추구 행동의 예들입니다. 경제적인 지대를 추구하는 행동은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 상황에서는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경쟁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경제 발전을 원천적으로 저해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지대 개념으로 따져본 로스쿨

요즘 로스쿨 전체 정원을 어느 정도로 할지 사회적인 격론이 벌어지고 있지요. 로스쿨의 정원이 어떻게 정해지든 수많은 사람들이 법조인을 꿈꾸며 로스쿨에 들어가고 싶어할 것은 확실합니다. 되기는 어렵지만 일단 법조인 특히 변호사가 된다면 명예뿐만 아니라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변호사의 높은 소득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생산요소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대(地代·rent)라고 하지요. 땅이 대표적으로 공급이 제한된 생산요소이기 때문에 땅 ‘지(地)’ 자를 써서 ‘지대’라는 말로 번역되는 겁니다. 경제적 지대란 지대의 개념을 일반화한 것입니다.
로스쿨 정원이 정해지면 해마다 공급되는 법조인의 수가 제한되겠죠. 이 경우 법조인이 올릴 수 있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경제적 지대로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추구하는 경제적 지대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어학 공부를 하는 등의 행동은 경제적 지대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력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남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과외 활동으로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는 일련의 행동들도 경제적 지대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경제적 지대를 추구하는 행동을 장려하기도 합니다. 신약(新藥) 개발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투자와 상당한 연구·개발비용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정부가 신약을 개발한 회사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경제적 지대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독점 공급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죠. 그게 없다면 어떤 회사도 많은 노력을 들여서 연구·개발에 매진하지 않겠지요.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 상황에서라면 일정 기간 동안 경제적 지대를 추구하는 행동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답니다.


비생산적인 경제적 지대 추구
하지만 때론 경제적 지대를 얻기 위한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요. 특정 직종의 사업자 단체가 가격 담합 등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지대를 계속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최근 공무원, 공기업, 교사 채용시험이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것도 높은 경제적 지대 때문인데요. 높은 보수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원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과와 보상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지 않고, 특히 성과가 낮더라도 퇴출 압력을 거의 받지 않는 구조 때문이라는 거죠. 가장 잠재력이 높은 인력들이 가장 생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부문으로 몰려드는 것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며 장기적 전망 또한 어둡게 할 것입니다.

로스쿨의 정원이 어느 정도가 가장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지대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적정 수준의 경쟁이 보장되면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인원으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가 압력단체들의 비생산적 지대 추구 행동에 굴하지 않고 효율성과 경제 발전을 가져다주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겠지요.

김정욱 / KDI 연구위원

(2007.11.23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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