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2002년>
시를 보니 그는 '월인천강(月印千江)'한 저녁, 그만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어 연인에게 전화를 해댔구나.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당가를 서성이다가, 최대한 낮게 숨을 고르고 나서 '달이 떴다고, 섬진강 변이 너무나 환하고 곱다'고.
하고 싶은 말은 그러나 더 있었을 터.
그 말은 차마 못하고 더듬거리며 '달 이야기'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심전심(以心傳心), 척 알아듣고
이렇게 답을 보냈다.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애틋하고도 향기로운 답을 받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과 그리움이 이 시가 된 것이리라. 그래서 스스로 전화하여 마음으로 말 걸고 스스로 답을 만들어 받은 것이 이 작품인 것이다.
절로 미소가 흘러나오는 행복의 순간 같지만
그 이면엔 쓸쓸함이 아침 안개처럼 흐르기도 한다.
장석남 / 시인, 한양여대 교수
(2008.10.3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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