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송담(松潭) 2010. 9. 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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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2002년>




 

 


시를 보니 그는 '월인천강(月印千江)'한 저녁, 그만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어 연인에게 전화를 해댔구나.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당가를 서성이다가, 최대한 낮게 숨을 고르고 나서 '달이 떴다고, 섬진강 변이 너무나 환하고 곱다'고.

하고 싶은 말은 그러나 더 있었을 터.

그 말은 차마 못하고 더듬거리며 '달 이야기'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심전심(以心傳心), 척 알아듣고

이렇게 답을 보냈다.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애틋하고도 향기로운 답을 받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과 그리움이 이 시가 된 것이리라. 그래서 스스로 전화하여 마음으로 말 걸고 스스로 답을 만들어 받은 것이 이 작품인 것이다.


절로 미소가 흘러나오는 행복의 순간 같지만

그 이면엔 쓸쓸함이 아침 안개처럼 흐르기도 한다.


장석남 / 시인, 한양여대 교수

(2008.10.3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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