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벤토벤과 창의성

송담(松潭) 2020. 12. 12. 19:40

벤토벤과 창의성

 

 

이제 2주 남은 2020년은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이었다. 독일의 본(Bonn)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성인이 되자 문화의 중심지이던 오스트리아의 빈(Wien)으로 가서 대작곡가인 하이든(1732~1809)에게서 대위법이라는 작곡 기법을, 우리에게는 <아마데우스>라는 영화에서 모차르트(1756~1791)의 경쟁자로 그려져 친숙한 이름의 살리에리(1750~1825)에게 이탈리아 가곡 기법을 배운 뒤 수많은 창의적 음악을 작곡하며 명성을 쌓았다.

 

후대의 작곡가 리스트(1811~1886)는 베토벤의 창의적인 음악을 너무나도 존경한 나머지 그의 교향곡(유명한 5번 ‘운명’, 9번 ‘합창’을 포함해)을 모두 피아노로 편곡하여 베토벤의 이름 옆에 자기의 이름을 영원히 새기는 영광을 스스로 얻어냈다. 태어난 지 250년이 지난 오늘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마지막 악장인 ‘환희의 노래’는 4억5000만명의 시민을 거느린 유럽연합의 송가(애국가)로서 그 노랫말로 쓰인 실러(1759~1805)의 표현처럼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는’ 기쁨을 노래하며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다.

 

수백년의 긴 시간을 건넌 먼 인류에게도 아름다움, 기쁨, 새로움, 영감을 선사할 수 있게 해주는 인간의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생략...)

 

이렇게 인류의 삶에 큰 의미를 가진 창의성의 본질과 원천을 과학적으로 규명해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베토벤에게 직접 물어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이 들어 그가 남겼던 말을 찾아보니 베토벤은 창작과 창의성에 대해 상당히 신비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베토벤에게 음악이란 ‘모든 인류의 지혜와 철학보다 높은 차원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공기의 떨림은 인간의 영혼 속으로 말을 하고 있는 신의 숨결’이었기에 자신의 역할은 ‘신의 목소리를 듣고 입술의 모양을 읽어 그를 찬양하기 위한 신의 자식들을 태어나게 돕는 존재’라고 하였다. 창작의 과정을 설명해달라는 말에는 ‘주변에 으르렁거리고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영감들이 내 손 끝에서 비로소 악보에 기록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현대 과학이란 명확하게 정의된 연구 대상에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분석 방법을 들이대야 하는 것으로 말하는데, 이렇게 신비로움이 강조되는 주관과 감각의 영역인 창의성을 과연 과학으로써 이해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 활동의 하나로서 과학적 탐구는 시작하는 순간부터 완벽한 명확성, 객관성, 검증 가능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개념이나 대상이 이해할 가치가 있다는 인간의 주관적인 확신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확신의 기반 위에 인간이 의지를 갖고 이성과 논리라는 도구를 때로는 극한으로까지 몰고 가면서 필요한 방법론을 도출하고 본질에 대한 이해도를 점증적으로 키워가는 것이 과학의 역사였다.

 

(...생략...)

 

“음악은 영적인 삶과 감각적인 삶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이다.”(베토벤)

 

박주용 /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2020.12.11 경향신문)

 

* 위 글은 ‘미래로 가는 열쇠 창의성의 과학’이라는 제하의 글인데

‘베토벤’에 관한 부분만 발췌하였으며

‘벤토벤과 창의성’이라는 제목은 독자가 임의로 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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