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연기 없는 세상’의 함정

송담(松潭) 2019. 2. 10. 06:53

 

연기 없는 세상의 함정

 

 

금연 일러스트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필립 모리스가 만든 재단 연기 없는 세상에서 '연기'는 담뱃잎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던 기존 궐련 담배의 연기를 뜻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소비력이 있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고소득 국가에서 흡연율은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담배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흡연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지요. 오늘날 기존의 궐련 담배가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연기 없는 세상은 궐련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가정 아래 이러한 전자담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담배가 발암물질이라는 사실로 인해 점차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담배회사들은 전자담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10년 뒤 먹거리'인 셈이지요.

 

 담배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보다 안전한전자담배를 권장하겠다는 주장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자담배가 기존의 궐련 담배에 비해 더 안전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아직까지 없기 때문입니다. 담배회사들은 기존의 태우는 연소방식이 아니라 열로 데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인체 유해성은 확인된 바 없습니다, 20188월 샌디에이고주립대학의 스탠턴 글랜츠Stanton A. Glantz 교수는 이와 관련해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다름 아닌, 필립 모리스가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미국식품농약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판매 승인을 받기 위해 201612월 제출한 건강유해성 데이터를 분석한 것입니다. 필립 모리스는 미국과 일본에서90일 아이코스를 사용한 사림의 폐활량, 백혈구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포함한 24개 생체지표의 변화량을 제시했습니다. 글랜츠교수의 분석 결과 24개 지표 중 23개에서 기존의 궐련 담배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필립모리스가 직접 제출한 데이터에서도 전자담배가 인체에 덜 유해하다라는 증거는 없는 것이지요.

 

 흡연은 인간의 몸을 병들게 합니다. 흡연은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위험을 2배 이상 높이고, 간암, 위암, 대장암, 식도암을 유발합니다. 흡연자에서의 폐암 발생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25배 높습니다. 20183월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전 세흡연자 11 억 명 중 절반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2003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출판된 연구는 미국인을 기준으로 흡연자는 한 번도 흡연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평균 10년 일찍 사망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상품을 팔며 매년 천문학적인 순수익을 남기는 담배회사들의 논리는 어설프지 않습니다. 담배가 수명을 단축시키는 제품이 되고 흡연이 유행에 뒤떨어지는 행동이 되는 순간 생존을 위협 받는 그들은 전력을 다해 자신들의 상품을 방어합니다. 담배회사의 마케팅전략은 고객의 특성에 맞춰 세련된 논리, 아름다운 이미지와 함께합니다. 그래서 의심할 기회조차 없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이 만든 세상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회사의 전략을 보며, 고정희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전자담배 일러스트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꽃은 누구에게나 아름답습니다

 호박꽃보다야 장미가 아름답고요

 감꽃보다야 백목련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우아하게 어우러진 꽃밭 앞에서

 누군들 살의를 떠올리겠읍니까

 그러므로 우리들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운 꽃밭 속일 것입니다

 

       - 고정희, <현대사 연구 1>

 

 

 누구도 아름다운 꽃을 앞에 두고 살의를 떠올리지 않겠지요. 그렇기에, 우리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우아한 언어의 꽃밭 속일 것입니다.

 

 김승섭 / ‘우리 몸이 세계라면중에서

 

 * 위글 제목 <‘연기 없는 세상의 함정>은 독자가 임의로 정하였음.

 

 

소득불평등과 한국사회

 

 

1965년부터 5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소득 상위 소득집중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줍니다. 196519.8%였던 소득집중도는 198534.0%까지 증가한 후 10여 년 동안 정체되어 있다가 1997IMF 경제위기 이후 다시 급증하기 시작합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사회 총 소득의 48.5%는 상위 10 %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비슷한 시기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일본 42%, 영국 39.1%, 프랑스30.5%입니다. 한국은 상위 10% 소득집중도가 50%에 달하는 미국 바로 다음으로 높습니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심각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지난 20년 동안 급격히 그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자인 김찬호 교수는 한국사회를 분석하는 핵심 키워드로 모멸감을 말합니다. 모멸감은 상대방이 나를 업신여기고 얕잡아보는 감정을 뜻합니다. 오늘날 직장과 가정에서 서로 모멸감을 주고받는 일이 잦아지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지는 이유를 분석할 때, 지난 20년간 급격히 악화된 한국사회의 소득불평등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많은 연구들은 소득불평등이 높은 사회에서 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0<유럽공중보건학회지> 에 출판된 한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33개 국가를 대상으로 지니계수를 통해 소득불평등의 정도를 측정합니다. 소득불평등 정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타인이 나를 이용할 것이라는 의심을 더 많이 하고 상대방을 더 신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살인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우리는 외국인과 범죄를 연결 지어 생각할까?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한 제6차 세계가치조사에서 나는 이주민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라고 답한 비율을 살펴보면 스웨덴 3.5%, 미국 13.6%에 비해 한국은 44.2%로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다른 이주민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나라이지요. 인종과 국적은 다른 말이지만, 한국인을 하나의 단일 민족 혹은 단일한 인종으로 여기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다른 인종의 사람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밀접히 닿아 있습니다.

 

 (...생략...)

 예를 들어, 20111년 동안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100명 중 3.52명이, 외국인은 100명 중 1.83명이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과 같은 강력범죄로 한정해 범죄자 비율을 살펴보더라도 한국인은 100명 중 0.84, 외국인은 100명 중 0.58명입니다.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거나 한국인보다 선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국인의 범죄율이 외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사회에 널리 퍼진 데에는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부정적인 모습으로 외국인을 묘사하거나 언론을 통해 외국인의 범죄가 더 부각되거나 빈번하게 보도되는 것은 이러한 편견을 강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섭 / ‘우리 몸이 세계라면중에서

 

'교양· 상식.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65년체제 종식과 새 한·일관계  (0) 2019.07.23
이 땅에 필요한 지식을 묻다  (0) 2019.02.11
까치는 설을 쇠지 않는다  (0) 2019.02.04
레밍 신드롬  (0) 2019.01.18
24절기  (0) 2019.01.07